[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61] 산방산으로 가는 배
오래전 전시 일을 시작했을 즈음에 나를 기획자로 초대한 미술관과 운영 방식을 두고 설왕설래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전시장 내에서 관람객의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그런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작품을 찍는 것만으로 타인의 예술 작품을 훔치는 것이라는 미술관 주장과 작품을 찍는 것은 전시를 향유하는 방식의 하나이니 금지할 이유가 없다는 내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지금은 어떤가. 전시장 내 ‘사진 촬영 가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요는 작품을 찍는 것만으로 작품이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멋진 건물을 찍은 사진은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이게 가능하려면 조건이 두 가지 정도 필요하다. 건축과 환경에 대한 이해가 앞설 것, 그리고 그 사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축물의 매력을 보여줄 것. 건축 사진가 김용관은 이 모든 조건에 대한 보증수표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오랜 시간 건축 전문지의 전속 사진가로 활동했다. 좋은 건축물에 대한 경험은 좋은 건축 사진에 대한 비법을 만들어 주었다. 그 방법은 간단하고도 어렵다. 바로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이다.
김용관은 건축물과 건축물을 둘러싼 환경으로 이어지는 시선의 축,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건축물의 모습을 공들여 관찰하고 온몸으로 체험한다. 그는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즉 자신에게 촬영을 의뢰한 당사자도 모르는 시점(視點)을 찾아서 사진을 찍곤 한다. 이것이 내로라하는 대가들이 그에게 건축 사진을 의뢰하면서 내심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런데 설계한 사람이 모르는 건물 모습이 있을 리 없다. 그러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건물만 들여다보아선 안 된다. 건물 사진의 정답은 흔히 건물 밖에 있다.
이타미 준(한국명 유동룡) 선생은 제주에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교회를 설계하면서 건물이 들어설 땅의 방향과는 달리 유별난 천창을 내었다. 내부에서 바라보는 천장으로 난 창은 빛을 들이지만, 크레인에 매달아서 높이 띄운 카메라가 본 지붕 위의 창은 정확하게 산방산과 그 앞바다를 향해 있다. 이는 김용관의 사진 속에서만 발견되는 건축가의 숨은 의도이며 성취다. 그렇게 방주의 돛은 산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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