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44] 외교 문법을 벗어난 ‘전랑(戰狼) 외교’
현대적 의미의 외교는 주권국 간에 국익의 조화를 모색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외교는 상대가 있는 섭외(涉外)적 행위이기에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관습과 동시대에 통용되는 상식, 규범의 제약을 받는다. 국제사회에 유아독존의 존재가 있다면 그러한 존재에게 외교는 필요치 않을 것이다.
흔히 외교를 ‘말로 하는 전쟁’이라고 한다. 처칠은 외교에 대해 ‘지옥으로 꺼지라고 말하는데도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묻도록 만드는 화술(話術)’이라고 해학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조약, 협정, 구상서, 선언, 성명 등 명칭을 불문하고 문서 또는 구두로 행해지는 국가 의사의 표시와 교환이 외교의 본령(本領)이며, 그러하기에 언어의 수준이 곧 외교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대외관계를 두고 국내적으로 매파와 비둘기파의 의견이 갈리는 것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매파의 입장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대외적으로 표현될 때에는 외교의 문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1890년대 불평등조약 개정 문제부터 1930년대 대동아공영권 구상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대외관계의 고비마다 대(對)서구 대결 의식과 제국주의 팽창욕이 혼재된 ‘다이가이코(對外硬-대외 강경론)’ 운동이 고개를 쳐들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군부의 독주를 제어하지 못함으로써 파국적 결말을 맞았다. 다만 이러한 강경론이 득세할 때에도 외교 당국만큼은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고자 했다. 언어가 과격해질수록 외교가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교 무대에서 언어가 험하기로는 북한을 따라올 나라가 없지만, 최근에는 중국이 그에 못지않은 거친 입담을 구사하는 인상을 준다. 중국 사회의 대국주의, 애국주의 열풍에 편승하여 공격적이고 직설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전랑 외교’가 중국 외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수록 중국이 외교를 통해 추구할 수 있는 국익의 공간도 좁아질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서 첫 서비스 출시한 실리콘밸리 기업 ‘니드’…암 치료와 비용 지원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Sinan’s Art Islands Project kicks off with Olafur Eliasson’s installation
- 한동훈, 중소기업중앙회 방문 "오버 안 하고 민생 챙기겠다"
- “대구·경북 행정통합 결사반대” 안동·예천, 공동성명 발표
- “중국인 2명 이상 모이면 ‘빌런’ 발생” 서울교통공사 민원답변 논란
- 경찰, ‘음주운전’ 문다혜 이번주 검찰 송치…”법리검토 마무리”
- S. Korean shipbuilders lead hybrid ship boom
- 전영현 부회장 “반도체 100년 향한 재도약”...삼성전자 반도체 R&D 단지 설비 반입식
- 서울시 교육 복지 ‘서울런’, 내년부터 4~5세 유아도 누린다
- 김건희 여사 디올백 꺼내 든 야당 ... 박장범 “객관적이고 중립적 용어 사용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