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44] 개인숭배가 살아나는 이유
할아버지, 아버지 등 부계(父系) 혈연을 강조하는 수식이 참 발달한 중국이다. 핏줄로 이어진 혈연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다른 이와의 관계도 혈연의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그 관계를 돈독하게 이어가는 사례가 퍽 많다.
할아버지라는 뜻의 조(祖)와 스승이라는 새김의 사(師)를 병렬하는 ‘조사(祖師)’도 그 하나다. ‘할아버지 스승’이라고 직역해도 좋지만, 여기서는 무언가를 처음 이룬 사람의 존칭이다. 창업자나 어떤 영역을 제대로 개척한 사람 등을 이른다. 우리도 잘 쓰는 시조(始祖)나 비조(鼻祖)가 동의어다. 중국에는 이 조사들이 즐비하다. 병법의 대가 손무(孫武)의 후손인 손빈(孫臏)은 신발 제조업의 조사다. 모함에 걸려 잘린 발목에 스스로 고급 신발을 만들어 신었다는 전설 때문이다. 공자(孔子)는 유교의 창시자라고 하지만 직업의 영역에서는 교육학의 조사로 추앙받는다. 소나 돼지 등을 잡아 연명했던 이력 때문에 ‘삼국연의(三國演義)’ 속 불같은 성질의 주인공 장비(張飛)는 도축 업자들의 조사로 꼽힌다.
가사와 바리때인 의발(衣鉢)의 전승으로 법맥의 정통을 내세웠던 중국 불교에서도 조사의 맥락은 매우 뚜렷하다. 특히 중국 불교의 큰 산맥인 선종(禪宗)에서 옛 스승의 가르침과 어록(語錄)에 의존하며 이어갔던 조사선(祖師禪)이 유명하다. 석가여래(釋迦如來)의 본래 가르침과 방식을 따르는 여래선(如來禪) 수준을 오히려 넘어설 정도다. 혈연이나 그 개념으로 잇는 계보(系譜)에 따라 제 정체성을 자랑하는 중국만의 인문적 특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현상이다.
중국 집권 공산당의 ‘여래’는 마르크스-레닌일지 모르나, 그 ‘조사’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마오쩌둥(毛澤東)이 아닐까 싶다. 개혁·개방의 흐름을 접고 마오쩌둥 시대 개인 숭배를 되살리는 요즘 모습으로 보자면 중국은 역시 전통에 과하게 얽매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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