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대려면 24시간 돌릴판” 車부품업체들 즐거운 비명
지난 15일 부산 강서구 과학산단에 있는 자동차 내·외장 플라스틱 부품사 에스피엘. 5000평 규모 공장에 있는 조립 라인 15개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 회사는 최근 유럽 수출량이 급증하고 있는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소형 SUV XM3(수출명 아르카나)에 범퍼, 콘솔 등 120여 종의 플라스틱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XM3 하이브리드 유럽 수출이 늘면서 이 공장은 작년에 1억4000만원을 투자해 7개 라인을 증설하고, 올해 인력도 30명을 더 뽑았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의 급감으로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이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는 물론 오랫동안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던 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옛 쌍용차)·한국GM 등 중견 3사도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코로나, 반도차 수급난 등 데스밸리를 견뎌온 부품사들도 활짝 웃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들이 모인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등록된 520개 부품사들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2020년 1.4%에서 지난해 2.6%까지 늘어났다. 르노는 작년 3년만에 흑자, KG모빌리티는 지난 1분기 분기 기준 7년만 흑자, GM은 작년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사람을 못 구해 난리입니다”
에스피엘에 활기가 돈 건 3년 만이다. 2020년만 해도 한 달에 열흘씩 휴업하면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직원들에게 임금을 줬다. 르노코리아차가 연간 10만대 이상 위탁생산하던 대미 수출용 닛산 SUV 로그 물량이 강성 노조의 잦은 파업, 낮은 생산성을 이유로 2019년 9월에 끊겼기 때문이다. 르노코리아가 해외 본사로부터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자 협력 업체들도 줄줄이 공장 문을 닫을 위기였다. 2017년만 해도 550억원에 달하던 이 공장 매출은 2020년에 320억원까지 떨어졌고, 직원들 일부는 출근을 못하고, 대신 정부 지원금으로 버티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게 한 건 결국 수출이었다. 생존의 기로에 서있던 르노코리아차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인원들로 생산 라인을 가동했고, 해외 본사를 설득한 끝에 2020년 XM3 물량을 배정받았다. 르노 관계자는 “당시 노조와 갈등을 풀고 앞으로 고품질 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본사를 오랫동안 설득해 신차를 받아냈다”고 했다. 이후 2021년 6월 유럽시장에 친환경차인 XM3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 뒤로 2021년 3만701대, 작년 5만8778대를 수출했다. XM3 가솔린 모델까지 합하면 2021년 약 5만7000대, 작년 9만9000대로 누적 수출 15만6000대에 달한다. 남인대 에스피엘 부사장은 “2020년에만 해도 진짜 공장 문 닫아야 된다고 했는데, 지금은 사람이 부족해 난리”라며 “물량을 맞추려면 공장을 24시간 돌려야 할 판”이라고 했다.
◇중견 3사 수출 물량 증가하며 부품사도 활짝
르노의 경우 3년만 흑자를 가장 반긴 것은 부산의 지역 경제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르노의 수출액은 부산 지역 전체 수출액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르노가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 물량을 받지 못했던 2020년, 르노 수출 비율은 부산 지역 전체의 3.4%로 줄어들었다. 부산 지역 전체 수출액도 16조원대에서 2020년 당시 13조원으로 줄어들었는데 르노 수출 급감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르노는 부산 지역 최대 수출 기업이고 부산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GM은 지난달 트랙스와 크로스오버 등 신차효과와 수출용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전년 동월 대비 118.7% 증가한 4만1659대를 생산했다. 한국GM 전차종과 르노 XM3 등에 자동차 사이드 미러를 납품하는 제일전자공업은 모처럼 바빠졌다. 지난 15일 찾은 이 기업 생산 라인 작업자들은 60초에 사이드 미러 1개씩을 바쁘게 조립하고 있었다. 이 기업도 올해 40여 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데다 1개 라인도 증설했다. GM에 자동차 브라켓을 공급하는 협력사 다성의 경우, 올해 트랙스 크로스오버 등 신차 물량으로 매출이 작년 대비 15~20% 정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중형 SUV 토레스 수출로 올해 흑자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KG모빌리티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37.5% 증가한 1만1466대를 생산했다. KG 모빌리티에 13년간 샷시 프레임을 공급해온 협력사 경기산업의 박경배 대표는 “2년 전만 해도 한 달 공장 돌리면 한 달 쉬고 반복하면서 버텼다”고 했다. 쌍용차 부도로 생산 물량이 거의 없다시피 해 라인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올해는 10% 정도 공장 인원을 늘렸는데도 인력이 없어 고민”이라며 “강철을 가공하는 일이다 보니 힘쓰는 일이라 외국인 인력 말고는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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