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젬에 1등 뺏긴 바디프랜드, 경영권 갈등까지
고급 안마 의자 열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했던 바디프랜드가 최근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매출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5% 급감했다. 의료용 침대 등을 주력으로 하는 세라젬에 매출 기준으로 홈 헬스케어 1위 자리까지 빼앗겼다. 설상가상 2022년 바디프랜드를 함께 인수한 사모펀드 두 곳이 회사 경영권을 둘러싸고 서로 상대방을 향해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소송전을 벌이는 내홍(內訌)까지 겹쳤다. 바디프랜드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모펀드 ‘공동 인수’ 9개월 만 파국
바디프랜드는 2007년 창업했다. 2014년까지 창업주 조경희 전 회장이 최대 주주였다. 조 전 회장과 그의 사위 강웅철 이사회 의장이 함께 회사를 경영해왔다. 그러다 2015년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 등이 지분 43%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2022년 7월에는 사모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한앤브라더스가 공동으로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 비에프하트가 지분 46.3%를 사들이며 바디프랜드의 새 주인이 됐다.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는 공동 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두 사모펀드의 밀월은 반년 남짓 만에 파국을 맞았다. 사건은 스톤브릿지 측이 바디프랜드 경영에 함께 참여한 한앤브라더스 인사들에 대해 배임·횡령 의심이 든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스톤브릿지는 바디프랜드를 공동 인수한 한앤브라더스의 대주주인 한모씨와 그의 측근 양모 바디프랜드 CFO(최고재무책임자)가 회사 사옥 7층 사무실을 호화롭게 꾸미기 위해 수천만원짜리 고급 가구, 샤워실까지 들여놓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스톤브릿지는 또 한앤브라더스가 양씨에게 수십억원의 고액 연봉을 책정하고 최고급 수입 법인 차량을 마음대로 쓰게 하고, 법인카드로 특급호텔 스위트룸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했다고도 주장했다. 한씨가 이전까지 없었던 ‘바디프랜드 회장’ 명함을 들고 다니며 회장 행세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스톤브릿지와 바디프랜드 경영진은 지난 2월 양씨를 CFO에서 해임했다. 3월엔 최대 주주인 비에프하트가 출자자 총회를 열고 한앤브라더스의 경영권 행사 자격을 박탈했다. 지난달 말에는 바디프랜드 이사직에 이름을 올렸던 한앤브라더스 허모 대표가 이사에서 해임됐다. 이 자리엔 스톤브릿지 측 인사가 새로 선임됐다. 바디프랜드에 함께 올라탄 두 사모펀드의 동거는 반년 남짓 만에 파경을 맞은 것이다. 양측은 주총 무효, 명예훼손 등을 놓고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1위 세라젬과 격차 벌어져
경영권 분쟁이라는 내분을 겪는 사이 바디프랜드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안마의자를 주력 상품으로 홈 헬스케어 업계 1위를 지켜오던 바디프랜드는 2021년 세라젬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두 업체 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2022년 바디프랜드 매출은 전년(5913억원)보다 11.7% 감소한 522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241억원으로 전년(655억원) 대비 64.8% 줄었다. 세라젬은 지난해 매출 7501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썼고, 영업이익은 바디프랜드의 2배인 506억원을 기록했다. 바디프랜드는 올 1분기(1~3월)에도 매출이 971억원으로 작년 1분기(1554억원)보다 38%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0% 넘게 급감했다.
사모펀드는 회사를 인수한 뒤 체질을 바꿔 비싼 값에 되팔아 이익을 거두는 게 주된 업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사모펀드는 회사를 더 크게 성장시키려 하기보다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인력 구조 조정을 통해 단기간 최대한 이익만 챙기고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건실한 회사가 단기간 부실 회사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해는 주주와 직원들 몫이다.
이에 대해 바디프랜드는 “우리나라 가전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5월 신제품을 출시하고, 올해 R&D에 250억원을 투자해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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