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진실 외면하고 이익만 쫓는 '빌런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2023. 5. 1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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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사익 추구 욕망'에서 비롯된 '교환성향'을 통해 '분업의 원리'를 쾌도난마(快刀亂麻) 한 후 이를 주춧돌 삼아 근대 경제학 체계를 완성했다.

각 경제주체가 사익을 추구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해 시장균형을 가져온다는 그의 가르침에 많은 이가 환호했지만 불특정 다수간 자본주의적 거래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신뢰'가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는 경고에는 자칭 자유방임주의자들이 소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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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애덤 스미스는 인간의 '사익 추구 욕망'에서 비롯된 '교환성향'을 통해 '분업의 원리'를 쾌도난마(快刀亂麻) 한 후 이를 주춧돌 삼아 근대 경제학 체계를 완성했다. 자유주의라는 상부구조를 장착한 시장경제는 1776년 그의 '국부론'이 발간되자마자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의 '보이지 않는 손' 비유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자유방임'이라는 오해와 비판을 받았다. 각 경제주체가 사익을 추구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해 시장균형을 가져온다는 그의 가르침에 많은 이가 환호했지만 불특정 다수간 자본주의적 거래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신뢰'가 어느날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는 경고에는 자칭 자유방임주의자들이 소홀했기 때문이다.

도덕철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였던 스미스의 통찰력은 시장의 신뢰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기제를 서슬 퍼런 규제, 요즘으로 치면 '자본시장법'이나 '정치자금법' 등에서 찾지 않고 타인의 인정과 공감을 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찾았다는 데 있다. 그가 '도덕 감정론'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우리는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추듯 가상의 '공평한 관조자'에게 우리 행동을 비춰봄으로써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자애심(自愛心)의 사회적 적정함을 유지한다. 그 덕분에 역지사지의 공감능력이 있는 우리가 참여하는 시장에서는 조화가 이뤄진다.

나의 사익추구가 남의 사익을 해치는 영합게임이 아니라 서로서로 도움이 되는 정합게임이 되려면 이타심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필수다. 그게 없으면 자본주의 앞에 '카지노' '정실' '퇴행적' '천민적' 등의 형용사가 따라붙는다. 최근 봇물 터진 전세사기, 코인과 주가조작 등의 경제범죄에 가담한 이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남이 하는 건 투기고 사기지만) 내가 한 건 합법적 투자이자 권유였다고. 공감능력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런 피해자 코스프레는 시장경제의 신뢰를 허무는 '개소리'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의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는 그의 베스트셀러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에서 개소리꾼은 진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이익에 따라 '개소리'를 지껄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그는 단순한 거짓말보다 개소리가 더 해롭다고 보았다. "우리가 객관적 실재(實在)에 접근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방법이 있다"는 믿음과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사심 없이 노력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우리의 확신을 무너트리기 때문이다.

나치 독일 당시 맹목적 증오로 가득 찬 연설로 악명 높았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최고의 개소리꾼이었다. 그는 "긍정적 상황이 아닌 위기의 상황에서 정파적 성공을 이끄는 선전활동이야말로 정치예술"이라는 개소리로 사심 없이 정치학을 공부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필자의 확신을 잠시 무너뜨린 적이 있다. 툭하면 '정치탄압'이라는 말 뒤로 숨고 '유대인의 세계 정복 음모'의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를 한 괴벨스와 같은 개소리꾼에게는 역시 워치독(watch dog)이 약이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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