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전지적 어린이 시점 카페의 교훈
지난달 일본 도쿄의 미나토구에 '어린이가 돼서 차 한 잔 하지 않을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오픈한 독특한 카페가 등장했다. 카페 이름도 그에 걸맞게 '어린이 시점(視点) 카페'다.
이 '어린이 카페'는 의자나 테이블, 식기들을 어린이 사이즈로 작게 맞춘 일반 키즈카페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모든 장치나 음식이 일반적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거대 사이즈다.
이 카페의 기본 콘셉트는 어른들이 아이의 시점에 서서 세계를 볼 수 있는 각종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아이에게 안심되고 안전한 생활을 만들어주는 게 어른 사회 본연의 자세라고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운영된다. 아이의 입장을 상상은 할 수 있어도 실제 체험을 수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면 어느 정도의 크기로 느낄지, 얼마나 무거울지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게 아이 입장에서 어른 사이즈로 재현한다.
구체적으로 체험의 예를 들면 이렇다. 우선 '베이비헤드'로 명명한 가장 독특한 체험서비스가 있는데 아이가 자신의 머리를 얼마의 무게로, 얼마의 크기로 느끼는지 어른이 대형 사이즈의 인형탈을 써보며 재현하는 체험이다. 성인남성 약 180㎝ 신장에 몸무게 70㎏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45㎝ 길이, 21㎏ 무게의 거대한 인형탈을 써 보면서 어깨에 가해지는 엄청난 압박을 체험함으로써 아이들이 바닥에서 일어나거나 걷고 뛸 때 왜 그렇게 자꾸 넘어지는가를 이해하게 해준다. 엄청난 큰바위얼굴을 하고 있는 아빠를 보면서 아이들은 키득키득대며 놀리기도 한다. 어른이 되면 7~8등신이 기본이지만 아이들은 4등신이 평균이라 머리를 가누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물론 어른 자신들도 어렸을 때는 똑같이 힘들었을 텐데 어른이 되면 아이 때 기억을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나 보다.
'2세의 아침식사'라는 특별한 음식메뉴도 있는데 주스, 우유, 케이크 등을 두 살로 돌아갔을 때 사이즈로 체험할 수 있게 용기(用器)나 음식사이즈를 거의 2배 이상으로 키워 아이들이 우유를 따르다 자주 엎고 주어진 음식들을 남기는 게 당연한 일이었겠구나 느끼게끔 해준다. 물론 다른 식당과는 다르게 남긴 음식들은 싸갈 수 있다.
이밖에 일본 초등학생들의 시그니처 상품인 하드케이스 책가방 '란도셀'의 무게가 어른에게 있어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크게 만들어 체험하게 해준다. 란도셀, 보조가방, 물통 등을 어른 기준으로 약 19㎏으로 세팅해서 들고 걸어다니면서 성장기의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등하교를 하는지 경험하며 어른으로서 진심으로 반성하게 한다.
또한 키가 4m 넘는 거인인형을 전시해 그 앞에서 꾸지람을 듣는 것 같은 체험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혼날 때 얼마나 두려웠을까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30명 정도가 신발을 벗고 편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이 공간은 오픈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하루 약 150명이 방문한다고 하는데 이 이색 카페는 일본 굴지의 종합상사인 이토추가 추진 중인 어린이를 위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시설인 이토추SDGs스튜디오키즈파크(ITOCHU SDGs STUDIO KIDS PARK)에서 지난여름 2개월간 어린이 시점에서 체험을 통해 아이와의 생활이나 사회에서의 존재방식을 생각하는 체험형 전시회인 '어린이 시전(視展)'을 개최했는데 무려 1만5000명 이상 관람했고 인기를 얻은 전시의 콘셉트나 일부 콘텐츠를 계승하면서 이색적 체험과 함께 아이들과 여유 있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새롭게 오픈하게 됐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은 어린이 시점 사이트(https://kodomonoshiten.com)를 운영하는 전문 연구실이 개발했고 부모와 아이, 사회와 어린이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활동한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이 아닌 '어른이 아이가 돼본다'는 역발상 콘셉트의 '키즈카페'가 부디 좋은 영향력을 확산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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