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이 내 사진 도용” 저작권 분쟁 美대법원 “워홀이 침해” 판결

워홀 ‘프린스 시리즈’ 작업 당시 사진 작가 사진 밑그림으로 활용
1심 “공정 이용” 2심 “저작권 침해”
대법 7대2로 “원작을 변형한 파생 작품도 저작권 포함”

팝아트 작가인 앤디 워홀이 가수 프린스 사진을 토대로 제작한 가수 프린스의 실크스크린 초상화 작품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미국 연방 대법원이 18일(현지 시각) 판결했다. 다른 작품을 사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이른바 ‘차용(appropriation) 예술’에 대한 법적 논쟁 및 다양한 창작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골드스미스가 찍은 프린스 사진(왼쪽)과 앤디 워홀의 초상화. /트위터

대법원까지 간 이번 사건은 1984년 워홀이 탑 가수 프린스의 초상화로 작업한 ‘프린스 시리즈’가 저작권을 침해했느냐 여부가 쟁점이었다. 워홀은 미국의 패션 잡지 ‘베니티 페어’의 의뢰로 프린스의 초상화를 제작했다. 당시 ‘퍼플레인’ 앨범으로 프린스는 전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했었다. 그런데 워홀은 초상화 밑그림으로 사진작가 린 골드스미스가 1981년 촬영한 프린스 사진을 사용했다. 워홀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프린스 사진에 다양한 색을 입히며 총 16점을 제작했다. 골드스미스는 2016년 프린스가 사망한 뒤에야 워홀이 자신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앤디워홀 재단이 미 대법원에 보낸 청원. 가수 프린스 사진을 토대로 제작한 가수 프린스의 실크스크린 초상화 작품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내용을 담았다. /로이터 연합뉴스

소송은 워홀 재단이 먼저 시작했다. 워홀의 작품이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면서 법원 판단을 구한 것이다. 이에 골드스미스도 맞소송을 냈다. 1심은 2019년 워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워홀의 작품이 원본과의 차이점이 분명해 골드스미스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공정 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지난해 3월 연방제2항소법원은 “변형적 이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과 다른 작가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부여하는 것 이상의 창작성이 부여돼야 한다”며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표결을 통해 7 대 2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이 전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다수 의견에서 “골드스미스의 원작은 다른 사진작가들의 작품처럼 저작권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런 보호에는 원본을 변형한 파생적인 작품에 대한 보호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는 “골드스미스의 사진과 워홀의 작품이 (잡지 기사용이라는) 같은 상업적인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며 “워홀 재단 측은 사진의 무단 사용에 대해 다른 설득력 있는 정당성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저작권 침해 판결시) 모든 종류의 창의성을 억압하고 새로운 예술과 음악, 문학을 방해하게 될 것”이라며 “아이디어의 표현과 새로운 지식의 획득을 방해할 것이다. (그 결정은) 우리의 세상을 더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케이건 대법관과 함께 반대의견에 섰다.

한편,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번 판결은 (이 작품에만 해당하는) ‘좁은 판단’”이라며 워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캠벨 수프 깡통’ 연작 등에 대한 저작권 침해 여부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워홀은 미국의 식품 회사 캠벨이 판매하는 수프 통조림 사진을 차용해 프린스 작품과 같이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연작을 만들었었고,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에 대해 “(캠벨 연작은 상업 목적이 아닌) 소비주의에 대한 예술적 논평을 위해 캠벨의 저작권이 있는 작품을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