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나달, 14번 우승했던 프랑스오픈 불참...“2024년이 선수로 마지막 해”
구체적인 은퇴 연도 처음 언급해
‘흙신’ 없는 프랑스오픈이 현실이 됐다.
남자 테니스 세계 14위 라파엘 나달(37·스페인)이 2005년 이래 18년 연속 뛰었던 프랑스오픈에 불참한다. 프랑스오픈은 테니스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중 하나로 이달 28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나달은 18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요르카의 라파엘 나달 아카데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태를 감안하면 나는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이 열리는 코트 장소의 이름)에 출전할 수 없다. 이 대회가 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하면 이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발표했다.
나달은 최근 잇따른 부상에 신음하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첫 메이저 대회였던 1월 호주오픈에선 64강에서 고개를 숙였다. 나달이 메이저 대회에서 3회전(32강)에 오르지 못한 건 2016년 호주오픈 1회전 탈락 이후 7년 만이었다.
이 대회에서 엉덩이와 허리 부상을 당한 뒤 재활에 매진 중인 나달은 아직 그 어떤 대회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만 해도 부상 후유증은 6~8주 정도 갈 것으로 예측됐지만, 어느덧 이 기간을 훌쩍 넘겼다. 나달은 부상 정도에 대해선 “호주에서 다친 이후 부상 회복 속도가 기대와는 다르게 더뎠다”며 “이로 인해 이루지 못한 목표들도 있다. 아직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확답을 내놓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은 나달이 ‘흙신’ 위력을 떨친 대회다. 한 대회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 선수가 있었을까. 현재 라이벌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1위)와 메이저 대회 우승 최다 기록(22회)을 나눠 가지고 있는 그는 프랑스오픈에서만 14회(2005-2008, 2010-2014, 2017-2020, 2022) 정상에 오른 전설이다. 이는 남녀부 통틀어 단일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는 이에 대해 “스포츠 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라고 칭송했다. 나달은 결승에서 5세트까지 간 적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과시해 왔다. 특히 첫 메이저 대회 우승도 프랑스오픈에서 맛보는 등 나달에게 유독 특별한 대회다.
나달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은퇴 시기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내놓았다. 그는 “내년엔 꼭 100%가 돼 돌아올 것이다. 2024년은 아마 내가 테니스 선수로 뛰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달이 은퇴 연도를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달은 “지금 (억지로) 경기를 하려고 하다간 (오히려) 내년에 그 자리에 설 수 없을지 모른다. 내년에 여러 대회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2024 프랑스오픈은 나달의 고별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2005년 세상 모든 공은 다 받아낼 것처럼 뛰어다니며 프랑스오픈 트로피를 처음 들어올린 19세 열혈 청년은 어느덧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고 ‘마지막 인사’를 앞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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