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디폴트 논쟁에 달러 지배력 약화…中 위안화 이익 볼 것"

김정남 2023. 5. 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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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놀랜드 美 피터슨硏 부소장 긴급 인터뷰
"디폴트 논쟁, 국부펀드 등의 탈달러 더 부추길 것"
"최대 수혜자는 中 위안…美의 금융 제재 역할 약화"
"韓, 美中 갈등 속 궁극적 국익 무엇인지 이해해야"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정부의 현금이 바닥나는 시점인 이른바 ‘X-데이트’(6월 1일)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벼랑 끝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인사들이 결국 협상을 통해 부채 한도를 높일 것이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단기자금시장을 중심으로 극도의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개월물 국채금리가 역대 최고 수준인 5.9% 이상 폭등한(국채가격 폭락) 게 대표적이다. 1개월물 국채의 만기는 X-데이트인 다음달 초 근방에 있어 투매 압력이 커진 것이다. 그렇다면 부채 한도 협상은 몇 년마다 한 번씩 시장 변동성만 잠시 키운 후 사라지는 이슈인 것일까.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미국이 막판 합의를 통해 디폴트를 피하더라도 국채금리의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며 “이는 이미 취약해진 은행 시스템을 더 흔들 수 있다”고 했다. (사진=PIIE 제공)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해야 하는 이유 중 과소 평가된 게 있습니다. 달러화의 기축통화 역할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인 석학인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부채 한도 협상이 몇 년에 한 번꼴로 이어지면 추후 달러화의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이데일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두 번째 담판이 실패한 직후인 17일(현지시간) 놀랜드 소장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했다.

“북·러 등 금융 제재 역할 약화”

그는 “미국이 디폴트 가능성을 향해 가는 것의 경제적인 위험은 명확하다”며 “막판 합의를 통해 디폴트를 피하더라도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고 이는 이미 취약해진 은행 시스템을 더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디폴트에 빠질 경우 국채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미리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돈을 빼 일단 멈춰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을 게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함께 잦은 부채 협상이 미국의 지위를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거 부채 협상과 비교해) 지금 달라진 것은 공화당이 정상적인 입법 과정에서는 달성할 수 없는 양보를 이끌어내고자 부채 한도를 무기화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기만은 세계에서 미국의 지위를 손상시킬 것입니다. 또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달러화로부터 벗어나려는 일부 움직임을 더 부추길 수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달러화가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4%로 나타났다. 단연 1위다. 그러나 70%가 넘던 2000년대 초와 비교하면 그 비중은 떨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탈(脫)달러화 움직임이 커지는 가운데 부채 한도 논쟁은 이를 더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놀랜드 부소장은 그러면서 최대 수혜자는 중국 위안화가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유럽연합(EU)과의 분쟁은 미국 입장에서 관리 가능하지만, 비(非)서구적이고 비민주적인 중국은 그렇지 않다”며 “중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인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에서 위안화 표시 무역 송장(invoice·판매자가 매매 계약을 이행했다는 의미로 구매자에 보내는 거래 내역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달러화 지배력 약화는 북한, 러시아 등에 금융 제재를 할 수 있는 미국의 역할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韓, 궁극적 국익 뭔지 이해해야”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 모두 밀접한 한국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놀랜드 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을 지낸 ‘한국통’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한국은 미중 갈등에 최대한 얽히지 않고 편드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하되, 궁극적으로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미국 통상정책이 한국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맞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처럼 상관이 없는 정치적인 분쟁 때문에 경제적인 보복을 가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미국이 한국의 동맹국인 반면 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중국보다 미국이 한국의 국익에 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위안화 위상 확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여파에 대해서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주로 고도화 된 부품 등으로 이뤄져 있다”며 “한국 수출업자들은 달러화 혹은 원화로 지불하도록 요구할 수 있을 것이고 위안화 표시 무역 송장을 발행하라는 압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커스 놀랜드 부소장은…

△1959년 미국 출생 △스워스모어대 학사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박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선임이코노미스트 △한국개발연구원(KDI) 방문연구원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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