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오월 헌법 정신" 재천명했지만...기념사, 역대 두 번째로 짧아
"AI와 첨단 과학 기술 제대로 뒷받침"...호남 민심 잡기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기념사를 통해 "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다시 천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기념사는 역대 기념사 중 두 번째로 짧았다. 윤 대통령은 "AI와 첨단 과학 기술의 고도화를 이루어내도록 제대로 뒷받침하겠다"며 광주·호남 지역 경제적 번영을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과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두 번째인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읽어 나갔다. 이번 기념사 분량은 912자(공백 제외)로, 지난해(1174자)보다 약 200자 줄었다. 이는 역대 대통령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 중 두 번째로 짧은 분량이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기념사 분량은 2013년 33주년 때인 박근혜 전 대통령 기념사가 860자로 가장 짧다. 진보 민주주의 진영인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사도 25주년 때 987자, 23주년 1071자로 각각 세 번째, 네 번째 짧은 편이다. 뒤이어 △42주년 1174자 (윤석열) △28주년 1385자 (이명박) △24주년1738자(노무현) △26주년 2027자 (노무현) △40주년 3121자 (문재인) △39주년 3333자 (문재인) △20주년 3541자 (김대중) △27주년 3612자(노무현)△37주년 5190자(문재인) 순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재확인하는 한편 '국민 통합'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은 "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라고 했다. 1년 전에도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입니다. 그 정신은 우리 모두의 것이고,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또 민주 묘역 입구인 '민주의 문'을 희생자 유가족인 '오월의 어머니' 15명과 동반 입장하고 헌화와 분향도 함께 했다.
또 기념사에 광주, 호남 지역의 인프라 공약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오월의 정신은 자유와 창의, 그리고 혁신을 통해 광주, 호남의 산업적 성취와 경제 발전에 의해 승화되고 완성된다"면서 "광주와 호남이 자유와 혁신을 바탕으로 AI와 첨단 과학 기술의 고도화를 이루어 내고, 이러한 성취를 미래세대에 계승시킬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1년 전에는 "이제 광주와 호남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 담대한 경제적 성취를 꽃피워야 한다. AI와 첨단 기술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이루고 힘차게 도약해야 한다"라고만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지난해에 이어 '광주행 KTX 특별 열차'를 편성해 소속 의원 상당수가 기념식에 참석했다. 김병민·장예찬 최고위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청년대표단은 5·18 전야제에도 참석했다.
김재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의 5·18 구설로 호남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총선을 1년 앞두고 중도층과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의도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가 AI데이터센터 클러스터와 AI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광주,영암간 아우토반 형식의 고속도로 건설 △원자력 의학원 건립 △광주,대구 고속철도 조기 착공 △5·18 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 설립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정계 입문 선언 후 당선 전까지 수차례 5·18묘지를 찾았지만 2021년 11월 전두환 옹호 발언 등이 논란이 돼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시민단체 반발로 분향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바 있다. 또 지난해 1월에는 호남 유권자 230만 가구에 직접 쓴 손편지를 보내는 등 민심 잡기에 공을 들여왔다. 이날 기념식에는 '오월의 어머니'들과 '민주의 문'을 통해 행사장에 동반 입장하면서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계기로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다시 불붙고 있다. 다만 여야 대립 구도에서 실제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실천적 방안을 잘 찾아나가겠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후 첫 기념사에서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제 공약도 반드시 지키겠다"라고 약속했지만 개헌 공방 속에 임기 내에서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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