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보 석학 촘스키, ‘미성년 성범죄’ 억만장자 범죄자와 친분 인정

이지윤기자 2023. 5. 1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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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20여 명을 성적으로 착취한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이던 2019년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언어학자이자 진보 성향 사회운동가로 잘 알려진 노엄 촘스키 교수(95)와 교류하며 그의 자산 거래까지 대신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범죄 이력을 알면서도 그와 교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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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거래 도움 받기도
2008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법원에 출석한 억만장자 투자자 제프리 엡스타인. 당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은 엡스타인은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감형 받아 13개월형을 선고 받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AP 뉴시스

미성년자 20여 명을 성적으로 착취한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이던 2019년 구치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언어학자이자 진보 성향 사회운동가로 잘 알려진 노엄 촘스키 교수(95)와 교류하며 그의 자산 거래까지 대신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복역한 사실을 알고도 여러 차례 각종 모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엡스타인이 촘스키 애리조나대 교수 겸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를 대신해 27만 달러(약 3억6000만 원) 금융 거래를 해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촘스키 교수는 2018년 3월 엡스타인 관련 계좌에서 약 27만 달러를 송금받았다.

촘스키 교수는 대가성 없는 금융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별한 첫 번째 부인과의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엡스타인이 기술적으로 도와준 것뿐이지 그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WSJ에 해명했다. 엡스타인을 자신의 금융 대리인으로 고용한 적이 없다고 밝힌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이 해준 것은) 간단한 계좌 이체”라고 말했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범죄 이력을 알면서도 그와 교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2008년 13개월형을 받아 복역하고 신상공개 등록 처분을 받았다. 판결 당시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WSJ은 엡스타인 개인 일정 문건을 인용해 촘스키 교수가 2015, 2016년 엡스타인과 수차례 만났다고 전했다. 2015년에는 초대를 받아 엡스타인 전용기를 타고 뉴욕 맨해튼 그의 저택에 갔고, 역시 엡스타인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영화감독 우디 앨런을 만나기도 했다.

촘스키 교수는 엡스타인과의 교류를 인정하면서 그를 두둔했다.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묻자 그는 “우선 당신들이 알 바 아니다. 나는 엡스타인과 아는 사이(였)고 가끔 만났다”고 WSJ에 밝혔다. 이어 “엡스타인은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형 집행을 완료했다. 미국 법과 사회 규범은 이 경우 새 출발을 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빌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영국 앤드루 왕자, 빌 게이츠 같은 정·재계 및 연예계, 스포츠계 명사들과의 폭넓은 친분으로도 유명했다. 미국 유명 정보기술(IT) 학자이자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소장이던 이토 조이치는 2019년 엡스타인과의 금융 유착 관계가 알려지자 전격 사임하기도 했다.

이지윤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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