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에 개 풀겠다” 육견협회 집회 신고에 법원 제동 건 이유는

개 식용 금지에 반대하는 대한육견협회가 ‘개 식용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김건희 여사에 대해 항의한다며 대통령실 앞에서 개 30마리를 동원하는 집회를 열려고 했지만 법원이 제동을 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8년 5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육견 농가 생존권 보장' 집회. 이날 집회에는 개 농장주들이 끌고 온 육견 6마리도 등장했다. /김명진 기자

18일 동물권행동 카라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5일 대한육견협회가 제기한 옥외집회금지처분취소 가처분 신청에 대해 “동물을 대동하지 않은 집회는 가능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의 이런 결정에 육견협회는 17일 열겠다던 집회를 취소했다.

김 여사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개 식용 금지를 종종 언급했다. 특히 지난달 1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을 만나서 했다는 발언이 육견협회의 이번 ‘개 동원 시위’의 발단이 됐다. 김 여사는 그 자리에서 “개 식용을 종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육견협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육견협회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철회하고 재발 방지를 서면으로 약속하라”며 “대통령실이 즉각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대한육견협회 전 회원은 사육하는 식육견을 김 여사에게 반납하는 투쟁을 강력하게 펼칠 것”이라고 했다.

육견협회는 그러면서 개 30마리를 동원한 ‘조직범죄집단 동물보호단체의 꼭두각시 김건희 규탄대회’라는 이름의 집회를 17일 대통령실 앞에서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민 안전의 위험을 초래한다’는 취지로 이를 불허했다. 집시법 5조는 ‘공공의 안녕 및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를 금지 사유로 규정한다. 육견협회는 금지통고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통령실 앞 집회는 허용하면서도 ‘개 동원’은 금지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집회를 전면 허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별도 허용 범위 내에서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육견협회는 소송 과정에서 “육견을 동원해야만 개 식용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을 전환하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다수의 육견을 직접 동원하지 않더라도 육견의 사진이나 모형을 이용하는 등의 안전한 방법을 선택해서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