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왜 ‘꼴찌’인지를 보여줬다
포물선 토스·낙구 지점 분실 등
전광판에는 ‘실책’ 기록 없지만
실제론 ‘실책 파티’ 벌이며 자멸
주전 ‘공백’에 추락한 우승 후보
프로야구 KT는 올 시즌 우승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개막 이후 부상자가 속출하며 팀 순위표에서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상대 타자를 제압할 투수가 부족하거나 상대 투수를 무너뜨릴 타자가 없어 패수가 쌓이는 것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다. 돌아올 선수들이 돌아와 팀 전력을 다시 구축하면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가 시즌 중후반을 기대하며 버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팀 전력 변화와 무관하게 선수라면 그라운드에 나오면 지켜야 할 ‘기본’이 있다. ‘기본’을 놓치면 현재는 물론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
KT는 18일 잠실 LG전에서 5-9로 졌다. KT는 이날만큼은, 경기 초반 투타의 힘 대결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1선발 고영표가 상대 5선발 이지강을 압도했고, 타선도 곧잘 터졌다. 그러나 경기 중반 이후로 맥없이 무너졌다. 실상은 자멸이었다. ‘기본’을 놓친 탓이었다.
KT는 3-2로 리드하던 5회말 수비에서 무너졌다. 선발 고영표는 선두타자 박해민을 좌전안타로 내보낸 뒤 김현수에게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흘러나가는 안타를 맞았다. 무사 1·3루로 이어지는 수순. 그런데 KT 우익수 강백호가 타구를 잡아 2루수 장준원에게 공을 넘기는 과정에서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강백호는 2루수와 거리가 멀지 않았다. 그런데 무슨 의도인지 농구의 ‘3점슛 궤도’로 토스하듯 가볍게 공을 던졌다.
체공 시간이 당연히 길었다. 발 빠른 박해민이라면 몇 걸음을 더 가고도 남을 시간. 박해민은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고, 여유 있게 동점 득점에 성공했다. 박해민은 경기 뒤 “공 던지는 동작을 보고 바로 뛰었다”고 했다.
투수 고영표는 후속타자 오스틴 딘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이어 나온 오지환과의 승부에서도 3루 불펜 앞쪽으로 높이 뜬 파울 타구를 유도했다. 2루수 강민성이 글러브에 넣는다면 2사 1루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민성은 포구 지점에 먼저 도착하고도, 낙구 지점을 놓쳤다. KT에는 큰 ‘재앙’이 됐다. 벤치에 불길한 예감이 밀려올 틈도 없이 오지환은 우익수 오른쪽 깊은 곳에 떨어지는 2루타로 1사 2·3루를 만들었다. LG는 이어진 1사 만루에서 박동원의 우중간 싹쓸이 2루타로 3점을 보태면서 흐름을 이어가 5회에만 6점을 몰아내며 승부를 갈랐다.
KT는 전광판에 남긴 실책이 하나도 없었을 뿐, 실제로는 ‘실책 파티’를 하며 자멸했다. 10승2무24패(0.294)로 9위 한화에도 2.5게임차로 처진 최하위. 중위권과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대전에서는 롯데가 6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활약한 한현희의 활약과 김민석과 노진혁의 홈런포를 앞세워 한화를 7-3으로 제압했다. 고척에서는 키움이 선발 안우진의 6이닝 6안타 2실점 역투로 7-3으로 승리해 3연패에서 탈출하며 두산의 6연승도 저지했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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