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싸우고, 평등 사회 외치고…기억해야 할 '기록유산'

김예나 2023. 5. 1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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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새로 등재된 기록물 가치는…역사적 사건의 '기억 저장소'
'4·19혁명 첫 발포현장' 청와대 앞에 설치된 바닥동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의에 죽고 참에 살자", "민주주의 사수하자".

1960년 4월 19일 수많은 학생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부정선거와 억압적 통치 행위에 반발한 이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고, 독재 정권 타도와 민주화를 외쳤다.

수천 명이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로 몰려들자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기도 했다. 경찰의 발포로 희생당한 학생과 시민은 186명, 다친 사람은 6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18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최종 등재된 '4·19혁명 기록물'은 1960년 학생이 중심이 돼 민주주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을 기록한 역사적 증거다.

기록물은 1960년 2월 28일 대구 시위를 시작으로 3·15 부정선거 이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4·19혁명까지 전개 과정, 혁명 이후 결과와 관련된 총 1천19점의 자료를 지칭한다.

국가기관이나 국회, 정당이 만든 자료부터 그해 3월 20일 마산 지역의 한 학생이 쓴 일기, 언론 보도와 사진, 개인 기록, 수습 조사서 등 다양하다.

문화재청은 "10살 안팎의 아이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자발적으로 독재에 맞서 비폭력으로 민주주의를 이룬,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사료"라고 평가했다.

'4·19혁명 기록물'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우리가 왜 민주주의를 배우고, 가르쳐야 하는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우쳐주는 살아있는 세계 교과서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보다 66년 전에 발생한 동학농민혁명 역시 민중이 주체가 된 역사를 보여준다.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은 부패한 지도층에 저항하고 외세의 침략에 반대하며, 평등하고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민중이 들고일어난 사건이었다.

당시 조선 정부와 동학농민군, 농민군 진압에 참여한 민간인, 일본공사관 등이 작성한 각종 자료에는 농민 운동이 전개된 과정과 역사적 의의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기록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였던 전봉준(1855∼1895)이 법정 심문에 답한 내용을 기록한 '전봉준 공초(供草)'를 보면 그의 사상과 동학혁명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전남 화순에서 동학농민군으로 활동하다 나주 감옥에 수감됐던 한달문(1859∼1895)이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는 당시 동학농민군이 겪어야 했던 처지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런 기록물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를 보여주는 실증적 자료로 여겨진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동학농민혁명은 한국이 번영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발판을 놓았다. 민중이 주체가 돼 평등, 자유, 인권, 정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기억의 저장소'"라고 설명했다.

4·19 혁명·동학농민혁명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4·19 혁명 기록물 자료. 2023.4.17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어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인간의 권리와 평등, 식민주의에 대한 반대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기록물로서 희귀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두 기록물은 2017년 세계기록유산 신청 대상으로 선정됐으나, 6년 만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유네스코 측은 세계기록유산 제도 개선을 이유로 약 4년간 등재 절차를 중단했다가 2021년 재개한 바 있다. 문화재청은 그해 11월 신청서를 제출해 오랜 기다린 끝에 성과를 거뒀다.

이날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보유한 유네스코 유산은 세계유산 15건, 인류무형문화유산 22건, 세계기록유산 18건 등 모두 합쳐서 55건이다.

최근 등재 권고 판정을 받은 '가야고분군'(Gaya Tumuli)까지 더하면 세계유산은 16건, 전체 유네스코 유산은 56건으로 늘어난다.

세계기록유산은 보통 세계유산과는 구분해 별도로 보기도 한다.

세계유산은 1972년 채택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등재된 유산을 지칭하며 문화유산, 자연유산, 그리고 문화와 자연의 가치를 함께 담고 있는 복합유산이 있다.

영어 표기를 보면 세계유산은 '헤리티지'(heritage)를, 세계기록유산은 '메모리'(memory)를 쓴다.

[그래픽]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현황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유네스코(UNESCO)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한국 근현대사 주요 기록물인 '4·19혁명 기록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등 2건의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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