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발사’ 조짐 北, 이미 궤도에 2기 돌고 있지만…“기능 불능의 죽은 위성”

박준희 기자 2023. 5. 18.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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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난 2012년 및 2016년 각각 위성 발사
궤도진입 후 지구 돌고 있지만 교신 등 전무
서해 발사장 활발한 공사 등 추가 발사 조짐
美 “北에 책임 물을 여러 가용 도구 보유 중”
지난 2016년 2월 7일 북한이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발사하던 장면으로 시작하는 다큐멘터리 ‘사랑의 금방석’을 상영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활발한 공사를 진행하는 등 조만간 ‘위성 발사’를 실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궤도를 돌고 있는 2기의 북한 위성이 사실상 무용지물 상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과거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 2개가 여전히 지구 궤도를 운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신호 전송이 불가능한 ‘죽은 위성’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VOA는 미 우주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데이터를 토대로 국제 위성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엔투요’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서 북한이 지난 2012년 및 2016년에 각각 발사한 인공위성의 상태를 관측했다. 우선 2012년 12월 12일 발사돼 ‘KMS 3-2’로 명명된 북한의 ‘광명성 3호’ 2호기는 고도 약 370km에서 초속 약 7.6km 속도로 운행 중이었다. 또 2016년 2월 7일 발사한 ‘광명성 4호’는 ‘KMS-4’로 명명됐으며 이 위성은 고도 325km 정도에서 초속 약 7.7km의 속도로 지구를 돌고 있다.

이들 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92~93분으로 관측됐는데, 하루에 지구를 15회 정도 회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위성이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궤도 상에서 지상의 기지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등 교신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 같은 역할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독일 ST 애널리틱스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는 북한의 두 위성에 대해 "죽은 위성"이라고 진단하며 이 위성들이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궤도 진입 첫날부터 흔들거리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VOA에 말했다. 또 이 위성들이 북한 상공을 지날 때 북한의 위성센터로 데이터를 송신하거나 신호를 보낸다면 서울에서도 충분히 신호 탐지가 가능하지만 그동안 신호가 탐지됐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실러 박사는 덧붙였다.

북한 당국 역시 이들 위성으로부터 받은 신호와 자료 등을 공개한 사례는 없다. 다만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보유를 ‘5대 국방과업’ 중 하나로 제시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정찰위성 시험품’을 탑재한 로켓을 발사했다면서 한국의 서울과 인천 지역을 촬영한 흑백사진을 공개한 바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딸 주애와 군사정찰위성 제작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1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탑재 준비가 완료된 정찰위성을 돌아보고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과거에 발사한 인공위성이 이 같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북한은 곧 추가 위성발사를 실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6일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가 최종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유아시아방송(RFA)는 17일 "발사 장소로 유력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발사는 6월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RFA는 미국의 상업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 16일 촬영한 서해위성발사장 사진을 분석한 결과 발사장 신축 공사와 부두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미 스팀슨센터 마틴 윌리엄스 연구원은 "(정찰위성) 발사 방법은 서해발사장 또는 이동식 발사장비(TEL) 두 가지가 있다"며 "TEL 발사는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우리는 서해발사장을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이번 주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체 거치와 발사체에 대한 연료 주입 등 추가적인 작업이 많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인공위성을 우주로 발사하는 데 사용되는 위성발사체(SLV)를 포함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는 북한의 어떤 발사든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더 이상의 위협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위성발사를 감행할 경우 추가적인 제재로 대응할 것이란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러 가용한 도구를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가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을 (북한이) 봤을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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