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 에콰도르 대통령, 잔여임기 포기하고 국회 해산
남미 에콰도르의 중도 우파 기예르모 라소(68)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탄핵 위기에 몰리자 대통령직을 포기하는 동시에 국회를 해산시켰다. 당분간 대통령 임기가 이어지지만, 국정의 축인 행정부와 입법부가 한꺼번에 선거를 앞두게 되면서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라소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각) TV 연설을 통해 “헌법 148조에 명시된 국회해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무책임한 입법부의 정치적 위기 초래와 내부 소요 사태를 종식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에콰도르 헌법은 대통령이 잔여 임기를 포기하면서 새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실시를 함께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동시에 바뀐다는 점에서 ‘동반 사망’법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따라 국회가 진행 중이던 대통령 탄핵 절차는 중지됐고, 라소 대통령은 선거까지 6개월간 직을 더 유지하다 퇴임하게 됐다. 지난 2021년 5월 취임한 라소 대통령은 임기(4년) 절반을 채운 상태다.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원주민 단체 등은 ‘동반 사망’이 현실화할 경우 전국적인 반발 집회를 열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라소 대통령은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에콰도르 등 다수의 공기업 계약 과정에서 배임과 고위 공직자 횡령에 가담했다는 혐의가 불거졌다. 라소 대통령 가족의 마약 밀매 가담 정황과, 처남의 공공사업 계약 개입 의혹도 나왔다. 이에 여소야대인 에콰도르 국회는 지난달 표결을 통해 대통령 탄핵 절차를 시작했다.
기업가 겸 금융인 출신으로 중도 우파로 분류된 라소 대통령은 대선에 세 번 도전해 극적으로 당선됐다. 2021년 당시 대선 1차 투표에서 19.7% 득표에 그쳐 1위 중도 좌파 후보(32.7%)에게 뒤졌으나 결선 투표에서 극적으로 역전했다. 핑크타이드(좌파 정권의 연쇄 집권)가 대세이던 중남미에서 보기 드물게 집권한 우파 정부였다. 그러나 개인 비리와 정치 진영 갈등, 고질적 경제난, 치안 불안 등이 발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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