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기시다, 북·중·러 견제 밀착…‘한미일 삼각 협력’ 강조
“지난 1월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당신은 우리가 최근 들어 가장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미·일이 그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에 긍지를 느낀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초석이다. 미-일 협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18일 오후 6시2분.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의 첫 피폭지인 히로시마에서 얼굴을 마주한 기시다 총리와 반갑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19~21일로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넉달 만에 만난 미·일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강압적 행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두 나라가 마주하고 있는 안보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한 경제 협력과 에너지, 반도체, 주요 광물 등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등 경제 안보 협력도 더 심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선 1월 워싱턴을 방문한 기시다 총리와 만나 일본이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능력)을 보유하고 방위비를 2배 이상 올린다는 계획에 대해 “역사적” 결단이라고 평가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나아가 두 정상은 한국을 포함한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일이 규정한 이 흐름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내의 맹렬한 반대 의견을 꺾고 한-일 간 핵심 현안이었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한 양보안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회담 뒤 자료를 내어 두 정상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특히 한국과 인도·오스트레일리아 등 쿼드 국가들과 다자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노력을 치하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도 회담 뒤 보도자료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달 초(7~8일) 방한을 설명하면서 한-일 관계를 더욱 진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두 정상이 이날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 일본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한·일과 3자 정상회담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의 지원 아래 한국과 일본이 이룬 실질적 (관계) 진전을 인정하기 위해 3국 모두 회담을 하자는 선의를 갖고 있다”며 “꽉 찬 일정들 속에서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면 3자 회담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일정을 짜고 있어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고 밝혔다. 회담을 꼭 열고 싶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이 너무 빡빡해 아직 날짜와 시간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세 정상은 곧 이뤄지는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미사일을 탐지·추적하는 한·일의 레이더 정보를 미국을 경유해 실시간 공유하는 문제에 대해 합의를 도출할 전망이다. 앞서 세 나라는 지난달 14일 열린 한·미·일 안보회의(DTT)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해서 3개국 정보공유약정(TISA)을 포함한 기존의 체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한 바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9일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레이더 정보 공유와 관련해 “조정된 상황을 최종 확인”하고 다음달 2~4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이 논의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일본 도착 첫날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19일부터 사흘 동안 주요 7개국 정상회의와 관련된 실무회의·만찬·기자회견 등에 참여한다. 미국은 앞선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연방정부 부채 한도 협상을 이유로 일본만 방문하기로 했다면서, 예정했던 파푸아뉴기니·오스트레일리아 방문을 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정 때문에 3개국 정상회담은 성사되더라도 매우 짧게 열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한·미·일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3개국 정상회담에서도 15분에 걸친 짧은 회담을 통해 세 나라가 앞으로 한반도 등 지역 현안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한 차원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협력한다는 ‘프놈펜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짧은 회담을 통해 한국이 미·일의 미사일방어(MD)망에 편입되어 가는 ‘첫발’을 내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를 한국이 2017년 말 약속한 3불(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에 불참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을 훼손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회담 후 한-중 관계에서 시련이 예상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히로시마/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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