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청소부부터 기업 CEO까지...前 대통령 아닌 각계각층을 비춘다
다큐의 진짜 주연은 우리 주변에
전직 대통령이 다큐멘터리에 나온다면, 이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일’을 주제로 한 4부작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내레이션뿐 아니라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니다.
호텔 청소부·요양보호사 등 서비스 직종부터 시작해 관리직·전문직을 거쳐 기업 CEO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좋은 일자리의 조건을 탐구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대 때 감명깊게 읽었던 스터즈 터클의 책 ‘일’을 모티브로 기획했다.
평범해 보이는 기획이지만 하나의 직업에 20년 이상 종사해온 이들이 툭툭 던지는 말엔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 듯한 철학이 드러난다. 저마다 다른 직업관과 일터에서 오가는 유쾌한 농담을 듣는 재미도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서비스직은 흔히 ‘저숙련 일자리’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 일을 한번도 안 해본 사람만이 그렇게 생각할 것”처럼 위트 있으면서도 일에 대한 통찰이 담긴 내레이션을 들려준다. 1980년대 코닥의 청소부로 시작해 최고기술책임자 자리까지 올라간 게일 에번스의 사례를 들며 현재의 청소부들은 왜 에번스처럼 되기 어려운지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기도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연말마다 ‘올해의 영화’ 추천 목록을 공개하며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대한 애정을 표해왔다. 지난해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리의 위대한 국립공원’ 해설로 에미상 ‘우수 내레이터’ 부문 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또 한 번 에미상을 수상하게 될지 모르겠다.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큐멘터리가 쏟아지는 요즘, 본디 다큐멘터리가 조명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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