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청소부부터 기업 CEO까지...前 대통령 아닌 각계각층을 비춘다

백수진 기자 2023. 5. 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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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볼까]오바마 출연 다큐 넷플릭스 ‘일: 우리가 온종일 하는 바로 그것’
다큐의 진짜 주연은 우리 주변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 /넷플릭스

전직 대통령이 다큐멘터리에 나온다면, 이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일’을 주제로 한 4부작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다. 내레이션뿐 아니라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니다.

호텔 청소부·요양보호사 등 서비스 직종부터 시작해 관리직·전문직을 거쳐 기업 CEO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좋은 일자리의 조건을 탐구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대 때 감명깊게 읽었던 스터즈 터클의 책 ‘일’을 모티브로 기획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 회사의 직원에게 점심 식사를 배달하고 있다. /넷플릭스

평범해 보이는 기획이지만 하나의 직업에 20년 이상 종사해온 이들이 툭툭 던지는 말엔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 듯한 철학이 드러난다. 저마다 다른 직업관과 일터에서 오가는 유쾌한 농담을 듣는 재미도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서비스직은 흔히 ‘저숙련 일자리’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 일을 한번도 안 해본 사람만이 그렇게 생각할 것”처럼 위트 있으면서도 일에 대한 통찰이 담긴 내레이션을 들려준다. 1980년대 코닥의 청소부로 시작해 최고기술책임자 자리까지 올라간 게일 에번스의 사례를 들며 현재의 청소부들은 왜 에번스처럼 되기 어려운지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기도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연말마다 ‘올해의 영화’ 추천 목록을 공개하며 영화와 다큐멘터리에 대한 애정을 표해왔다. 지난해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리의 위대한 국립공원’ 해설로 에미상 ‘우수 내레이터’ 부문 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또 한 번 에미상을 수상하게 될지 모르겠다.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다큐멘터리가 쏟아지는 요즘, 본디 다큐멘터리가 조명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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