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볼 띄우고 회식 챌린지… 이태원 상권 살리기 의기투합
2022년 참사 직후 매출 10분의 1로 줄어
월세 내지 못해 폐업한 소상공인 속출
지난 3월 ‘헤이, 이태원’ 프로젝트 착수
중기부·상인들 합심 홍보 이벤트 총력
동행축제·플리마켓 등 지원 행사 성과
“매출 전년 대비 10%서 50%까지 올라와”
“3월 초까지만 해도 매출이 전년의 10%에 불과했는데 이젠 50%까지 올라왔습니다.”
안 대표는 “기업에서 먼저 나서길 꺼릴 수 있는데 중기부에서 적극적으로 행사를 지원하고 상권 활성화 아이디어도 제시해줘 고마운 마음”이라고 했다.
◆꺾였던 희망, 봄바람과 함께 되살아나
18일 이태원특구연합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소상공인들에게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보다 더 큰 상처로 남았다. 참사 직후 매출액이 10분의 1토막으로 줄었다. 월세를 내지 못해 폐업한 소상공인들도 속출했다.
‘섹터 118’이라는 술집을 운영하는 곽범조(34) 대표도 폐업을 고민했었다. 이태원 참사 직후 월 매출이 500만원대 초까지 떨어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세를 겨우 충당했다는 곽 대표는 “월세에 더해 직원들 월급 등 총 지출액이 월 3000만~4000만원인데 매출액 500만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2018년 10월 가게 문을 연 뒤 그가 겪은 첫 시련은 코로나19였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그보다 큰 흉터를 남기고 갔다.
곽 대표는 “주변에서 나보다 나이 어린 이태원 사장님들이 암담한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겨우 지나 회복하려는 시점에 일어난 참사여서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태원에 둥지를 튼 소상공인들은 이처럼 “매출액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지난 연말과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영 장관이 지난달 8일 ‘헤이, 이태원’ 전시회 뒤 간담회에서 제안한 회식 챌린지도 선한 영향력으로 뻗어 나갔다. 회식 챌린지는 이태원 식당에서 동료와 식사한 인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잇_태원’(#eat_taewon)을 붙여 게시하고 다음 참여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첫 주자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페데리코 쿠에요 주한 도미니카공화국 대사가 지목됐고, 이후 배우 최불암씨, 신현준씨 등이 참여했다.
14일에는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과 직원들이 세계음식거리에 있는 식당 ‘브론즈’에서 챌린지를 이어갔다. 브론즈의 안 대표는 “이태원 상권을 환기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고, 그 마음 씀씀이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동행축제와 연계한 플리마켓 행사에는 소상공인 업체 35곳이 참여했다.
강남구 청담동에서 남성복 편집샵 ‘더비’를 운영하는 정보나 대표는 “플리마켓 셀러로 참여한 보람이 크다”며 “오후 4시 반 넘어가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져 예전 이태원과 같은 활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플리마켓 행사로 주변 식당들까지 손님이 많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 같아 정례화했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일산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소연(22)씨는 지난해 참사 이후 이날 이태원을 처음 찾았다. 친구와 팔짱을 낀 채 액세서리를 둘러보던 그는 “오랜만에 이태원에 왔는데 플리마켓 행사를 하고 있길래 이쁜 게 있나 둘러보던 중”이라며 “이런 거리 행사가 자주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같은 날 오후 6시쯤 플리마켓 현장을 찾았다. 대형 흰색 풍선 10개를 상공으로 띄우는 ‘소망볼’ 행사에 참석하기 전 이태원 상인들을 만나 “몇 달 전보다 이태원 상권이 훨씬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유태혁 이태원상인회 부회장은 “장관님이 1월에 다녀간 뒤 4일 만에 원스톱 지원센터가 만들어졌고 이후 매월 방문해 챙기는 걸 보고 진심을 느꼈다”며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열심히 뛰어다니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중기부 지원에 의구심도 있었으나 지금은 매출액이 50% 정도 돌아왔다고들 말씀해주신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헤이, 이태원’의 상징색인 주황색으로 제작된 기념 티셔츠에 손 글씨로 이 장관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적었다. 약식 간담회에서 이를 받아든 이 장관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19개 부처 중 소상공인을 지원할 근거가 있는 부처는 중기부뿐이었지만, 칭찬받기보다 구설에 오를 확률이 높아 우려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를 체감하며 회복을 넘어 이제 강력한 연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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