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증거에도 출산 부인…‘구미 여아’ 친모 ‘아이 바꿔치기’ 무죄 확정

大法, 檢 상고 기각해 사체은닉 미수 혐의만 유죄 인정돼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선고한 원심 유지
석씨 20대 딸이 출산한 여아 행방은 '영구 미스터리'로

무더위 속 장기간 홀로 집에 방치됐다 ‘반미라 상태’로 숨진 채 발견돼 전 국민에 충격을 안겼던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이 2년 만에 매듭 지어졌다.

2021년 8월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구미 3세 여아 사망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친모 석모(가운데)씨가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김천=뉴스1

 
상고심 끝에 재판부는 친모 석모씨의 이른바 ‘아이 바꿔치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결국 석씨의 20대 딸이 출산한 여아의 행방은 ‘영구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석씨의 미성년자약취(아이 바꿔치기)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 검찰 상고를 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3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 2월 핵심 혐의인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해선 무죄, 사체은닉미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석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해 석씨는 풀려난 바 있다.

석방 당시 석씨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그런 것들은 지금 제가 생각할 그럴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제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이 아무래도 절에 가서 100일 기도라도 드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은 2021년 2월 구미의 한 빌라에서 홀로 방치됐다 사망한 3세 여자 아이가 반미라 상태로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여아의 사인은 ‘아사(餓死)’로 추정됐다. 여아와 함께 해당 빌라에 살았던 석씨의 딸 김씨는 같은 해 8월 아이만 홀로 방치한 채 재혼 남성과의 사이에서 가진 또 다른 아이 출산을 위해 빌라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김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가 아닌 ‘친언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김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0년을 선고 받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수사당국이 수차례 DNA 검사 등을 진행한 결과 아이의 친모는 같은 빌라 아래층에 살고 있던 ‘외할머니’ 석씨로 밝혀졌다. 그러나 석씨와 그의 남편은 줄곧 아이 바꿔치기 혐의는 물론 출산사실을 부인해왔다.

경찰은 석씨가 바꿔치기 했을 것으로 추정됐던 김씨의 친딸, 석씨의 외손녀 행방과 공범 등을 추적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재판이 진행됐다.

석씨는 2021년 3월 구속된 후 1·2심에서 미성년자약취와 사체은닉미수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미성년자약취 혐의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바꿔치기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약취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검찰의) 이 부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사체은닉미수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