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화마 딛고 일어선…‘초긍정’ 부녀 예술가
[KBS 전주] [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가정의 달 5월, 끈끈한 가족애로 뭉친 가족이 있습니다.
한국화 거장 백당 윤명호 선생과 선생의 딸 이야기인데요.
화마에 60년 화업과 음악적 성취를 잃은 부녀가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을 열고,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함께 가보시죠.
이수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주름 쥔 손에 가볍게 쥐어 잡은 붓 한 자루.
사뿐사뿐 발걸음 내딛듯, 한 점, 한 점 먹물을 찍어가며 산수의 형태를 완성해갑니다.
한국화 거장, 백당 윤명호 선생의 임시 작업공간.
2016년 화마에 원래 작업실과 작품들을 잃은 뒤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윤명호/화백/한국화가 : "전시도 시작하지 않고 그냥 놓았던 것이 이상하니 그렇게 그냥 화재로 확 날아가 버리니까 꼭 신의 섭리를 받은 그런 기분이야, 다시 시작하라는 그런 기분이더라고요."]
불에 타 재로 변한 완산 8경을 옛 기억을 더듬어가며 다시 화폭에 담고 있습니다.
[윤명호/화백/한국화가 : "한벽루로 말하자면 아침 안개가 쫙 펴지면 여기 시인 묵객들이 여기 올라가서 시도 짓고 멋도 부리고..."]
불길에 모든 게 타버렸던 자리에 윤 화백의 갤러리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딸, 수연씨가 운영하던 학원을 처분하고, 식당에서 설거지를 해 모은 돈을 보태 완공했습니다.
[윤수연/윤명호 화백 딸/플루트연주자 : " (아버지가) 제 손을 딱 잡고 플루트 학원을 딱 처음 등록시키는데 내가 커서 이 은혜를 꼭 갚아야지 진짜 그렇게 제가 다짐을 했어요. 아버지 생전에 (갤러리) 테이프커팅 안 하면 내가 평생 후회하겠다..."]
그림 작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이전보다 더 뜨거워진 팔순의 화백, 지금부터가 진짜라며 자신감을 내비칩니다.
[윤명호/화백 : "수요일은 서예하는 날, 목요일은 문인화하는 날, 그 외에는 산수화를 하든 무엇을 하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으니까 아주 지금이 가장 내 인생의 최고예요."]
피겨 플루트연주자로 이름을 알리던 때에 갤러리 화재와 코로나 19까지 겹쳐 암담한 시간을 보냈던 수연씨.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응원해준 이웃들과 함께 갤러리를 문화예술 사랑방으로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윤수연 : "이 잿더미에서 이 곡을 연주를 눈물을 흘리면서 했는데 이제 웃으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시와 시골을 좀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좀 했으면 좋겠다..."]
절망의 순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가족이란 존재.
팔순의 노 화백과 지천명의 딸이 일궈갈 예술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윤수연/윤명호 화백 딸/플루트연주자 : "(요즘에는 그냥 어떤 즐거움이랄까, 하여튼 그냥 좋아.) 아빠 건강하게 좋은 작품 부탁드리고, 저도 연습 많이 할게요."]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이수진 기자 (elpis10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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