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알고도 보상’… 허술한 토지보상법 손질해야
[앵커]
공공기관이 옮겨오기로 한 땅에 일부 주민들이 보상을 노리고 나무를 심은 걸 국토부에서 인정해 줬다는 소식, 그제(16일) 전해드렸는데요.
2년 전 LH 사태 때 국토부가 투기를 막겠다며 제도 개선책까지 내놨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입니다.
박진영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경북농업기술원 이전 예정지, 이전 발표가 난 2017년과 2년 뒤 항공사진을 비교하니 논이 사라지고 나무가 가득합니다.
나무 간격은 1미터가 안되고, 심지어 농로에까지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곳은 원래 사람들이 지나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시면 어린 무궁화나무가 아주 빽빽하게 심겨져 더 이상 사람들이 지날 수 없게 됐습니다.
2008년 경북도청을 대구에서 안동으로 옮긴다는 발표 직후에도 이전지 4만여 제곱미터에 나무가 대거 심겼습니다.
2021년엔 LH 직원들이 보상을 노리고 공공택지 개발지역에 희귀목인 용버들나무를 심었다가 적발됐습니다.
공익사업 시행자들 역시 투기성이 짙다는 걸 알지만, 현행법상 사업인가 이전의 행위를 제한하지 못하는데다 공사 방해, 공기 지연 등을 우려해 보상해 줄 수밖에 없습니다.
부풀려진 나무 보상비는 투기 조경업자들의 배를 불립니다.
공익 사업지마다 묘목을 옮겨 심으며 보상비를 받고, 그 사이 다 자란 나무를 높은 가격에 되팔아 이중으로 돈을 벌고 있습니다.
[심상정/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 "행위제한의 시점을 사업인정 고시 시점이 아니라, 개발 계획이 발표되는 시점과 일치시킴으로써 이런 보상을 노린 투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2021년 LH 사태 당시 투기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 혐의가 확인되면 보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지만, 투기의 개념이나 투기 혐의를 확인할 근거가 무엇인지는 규정돼 있지 않습니다.
[조정흔/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감정평가사) : "보상받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해서, 그건 정말 투기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거죠. 명백하게 다른 증거로 확인된다고 그러면 그건 배제하는 게 맞는거죠."]
허술한 토지보상법에 근거해 반복해서 부풀려지는 지장물 보상, 공익사업 보상 제도 전반을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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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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