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비 걱정에 끙끙…“벌써 여름이 두렵다”
시민들도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 이어 또 걱정거리” 한숨만
“여름이 무섭죠. 전기료가 얼마나 나올지 가늠이나 되나요.”
18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화장품 가게를 관리하는 매니저 A씨는 천장에 달린 에어컨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A씨의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주 고객인 로드숍이다. A씨는 “문을 연 상태에서 에어컨을 틀다 보니 다른 업장보다 전기료가 배로 나온다”면서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라고 했다.
여름을 앞두고 오른 전기요금에 자영업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악화로 인한 ‘소폭 인상’이라고 설명했지만, 전기 사용량이 많은 자영업자들은 “큰 부담”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구나 올여름엔 폭염이 맹위를 떨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온 터다.
서울 마포구 신촌역 대학가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영숙씨(54)는 “이미 지난달 전기요금이 100만원 넘게 나왔는데 이달은 더 걱정”이라고 했다. 김씨의 노래방에 있는 부스는 총 50개다.
김씨는 “코인노래방은 기본적으로 1000원짜리 손님 장사”라며 “수익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르면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어 “손님이 오는 순간부터 룸에 에어컨을 틀어놔야 한다”면서 “손님방 에어컨, 노래방 기기가 잡아먹는 기본 전기를 제외하고 최대한 아끼려고 한다”고 했다. 김씨는 카운터에 있는 에어컨을 끄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냉방비가 많이 드는 고깃집도 전기요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포구에서 30년째 72.7㎡(22평) 규모의 갈빗집을 운영하는 윤영애씨(71)는 “숯불은 자체가 더워서 냉방을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윤씨는 “여름에 30만~40만원이 나오는데 올해는 50만~60만원은 각오하고 있다”면서 “안 그래도 세금 내기에 힘든데 이러면 고기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24시간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 고병국씨(24)도 “카페는 항상 시원하게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사장님이 계속 전기요금 오르는 걸 걱정해서 위층 전기를 끊어놓은 상태”라며 “지난해에는 냉방비가 한 달에 300만원 정도 나왔는데 감당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반 가정도 오른 전기요금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초년생 윤모씨(29)는 “단독주택에서 자취하는데, 아파트와 달리 통풍이 안 돼 에어컨이나 건조기를 틀지 않으면 벽과 옷에 온통 곰팡이가 핀다”고 했다. 윤씨가 식비와 월세 등 고정비를 제외하고 쓸 수 있는 돈은 한 달 40만원 남짓이다. 그는 “이제 난방비 폭탄이 가고 냉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홍근·전지현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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