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대기업, 여성 사외이사 약진…4명 중 1명

이정민 2023. 5. 1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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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ESG평가원, 100대 상장사 올봄 신임 사외이사 187명 전수 분석

[아이뉴스24 이정민 기자] 국내 상장 대기업의 사외이사는 여전히 대학교수와 60대 남성이 주류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수의 비중이 약간 줄고 여성 비중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18일 한국ESG평가원에 따르면 상장업계의 올해 봄 정기주총 이후 새로 선임된 SK, LG, 포스코, KB금융, 신한금융 등 상장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187명을 대상으로 구성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의 현직은 대학교수(연구직 포함)가 46%로 여전히 최다였으나 전보다 비중이 소폭 줄었다.

그 다음으로는 법무법인, 민간기업 재직 순이었다. 사외이사의 전직도 교수가 38%로 가장 많았고, 관료, 법조인, 민간기업, 금융계가 뒤를 이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수펙스홀(SUPEX Hall)에서 열린 SK㈜ '제3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장동현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SK㈜]

연령별로는 60대가 가장 많았고,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은 아직 소수이긴 하지만 25%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손종원 ESG평가원 대표는 “우리나라에선 사외이사가 경영진 뜻에 순응하는 거수기 역할이나 심지어 대외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인맥 구축용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왔다"며 "이들이 얼마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있는지는 사외이사의 신상명세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SG경제의 자매회사인 한국ESG평가원은 지난 2021년부터 100대 상장회사에 대해 정례 ESG평가를 실시하면서 정기주총에서 선임된 사외이사의 구성 현황을 전수 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이번 분석에서 특히 중점을 둔 것은 사외이사의 과거 및 현재 직업이다.

◆ 평균연령 60.1세…60대가 절반

올 봄 정기주총에서 선임된 100대 기업 사외이사 총 187명의 평균 연령은 60.1세였다. 지난해 말 기준 종전 사외이사의 평균연령 60.5세과 비교할 때 조금 젊어졌지만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다. 최고령은 DGB금융지주의 최용호 이사(80세), 최연소는 롯데쇼핑의 전미영 이사(32세)였다.

60대 연령이 전체의 50%를 차지했고, 50대가 36%였다. 70대가 7%, 40대가 5%였으며, 30대 사외이사는 1%였다. 50~60대가 전체의 86% 절대다수를 점한 것은 연륜이나 경력 등 면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여진다.

다만 70, 80대 이사가 8%인데 비해 30~40대가 이보다 적은 6%에 그쳤다는 점은 이사회 운영이 젊은 세대의 진취성과 활력을 주입하기 곤란한 구조라는 점에서 개선이 요망된다.

◆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25%로 증가 추세

지난해 8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대기업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게 됐다. 여성 사외이사가 전무하던 상장업계 풍토에서 이제 최소한 1명의 여성 사외이사가 사실상 의무화된 것이다. 이를 어길 때 처벌 조항은 없지만 ESG경영 등 기업 평판에서 투자와 여론의 감점을 받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동조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기준 100대 상장사 총 465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 사외이사는 100명으로 22%였는데 올 봄 새로 선임된 187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25%로 증가세를 보인 것은 그런 면에서 바람직하다.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직업은 교수가 46%, 이어 법무법인

올 봄 주총에서 선임된 사외이사의 직업을 보면 대학교수(연구직 포함)가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법무법인 19%, 민간기업 14%, 회계법인 3% 순서였다. 사외이사 외에 다른 직업이 없는 경우는 11%였다.

교수가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난해 말 기준 교수 비중 50%보다 소폭 낮아졌다. 민간기업의 CEO나 임원 출신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11%에서 14%로 3%포인트 커진 점도 긍정적이다. 선진국처럼 경영에 실질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민간기업 경영자 출신의 사외이사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을 기대해 본다.

교수(연구직)의 전공을 보면 경영학이 37%로 가장 많았고, 이공계 20%, 경제학, 법학이 공히 각각 17% 였다. 하이테크가 기업경영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이공계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상황은 개선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말 기준 이공계 사외이사 비중은 21%로, 오히려 이번 신임 사외이사에서 그 비중이 줄었다.

◆ 이전 직업은 교수가 압도적…관료+법조인 30% 넘어

사외이사의 과거 직업도 교수 비중이 38%로 가장 컸다. 현직 교수 상당수가 과거에 같은 직업이었을 터라 예상된 결과다. 교수 외 사외이사의 전직 비중은 관료가 17%, 법조인이 15%로 컸다.

법조인 출신에서도 검사와 판사 등 사실상 전직 관료로 볼 수 있는 사람이 상당수여서, 실질적인 관료 비중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관예우 관행과 더불어 기업들이 사외이사의 대정부 창구 역할을 여전히 중시한다는 점을 엿보게 한다.

경영 의사결정을 생생하게 조언할 전문경영인 출신은 12%에 불과했다. 이밖에 금융계 출신이 11%, 회계법인 출신 4%, 언론계 출신 2%였다.

◆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 비중은 50% 수준

이번 주총에서 선임된 187명의 사외이사 중 재선임된 사외이사의 비중과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의 비중은 거의 반반이었다. 2020년 상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사외이사의 임기는 최장 6년을 초과할 수 없다.

임기 제한이 없으면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유착하여 감시와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독립성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앞으로도 재선임 비중이 작아지고 신규 선임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이사회의 독립성이 기업지배구조 좌우

상법상 사외이사 제도는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함이다. 상장법인은 총 이사 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사외이사가 전체 이사의 과반수를 차지해야 한다. 그러니 사외이사 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이사회의 독립성도 낮은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평가를 위해서는 오너 및 경영진과의 인맥관계와 회사와의 거래관계 등을 면밀히 조사해야 하지만, 공개된 자료만으로 이런 부분까지 정확히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70대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크다거나, 회사 비즈니스와 무관한 경력의 사외이사가 있다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일단 들여다 볼만 하다.

한국ESG평가원은 보고서에서 "사외이사의 고령자 비중, 현업 관련 전문경영인 출신, 이공계 출신 교수, 회사 비즈니스와 무관한 경력자 등의 구성 현황을 ESG 지배구조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ESG평가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민 기자(jungmin7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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