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상 성차별 시정신청제’ 도입 1년…노동위 시정명령 ‘0건’

노동청, 고용상 성차별 사건
대부분 인정 안 하고 ‘종결’
공익위 성비 불균형 문제도
“대상 확대 등 제도 보완을”

고용상 성차별과 직장 내 성희롱 등을 당한 피해자가 노동위원회에도 시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고용상 성차별 등 시정신청 제도’(개정 남녀고용평등법)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제도가 마련됐지만 노동위원회는 ‘고용상 성차별’로 분류된 시정신청에는 한 건도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는 등 피해 구제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노동위원회 고용상 성차별 등 시정신청 신고 및 처리 현황’을 보면, 노동위원회는 제도가 시행된 1년 동안 처리한 29건의 시정신청 중 27.6%인 8건에만 시정명령을 내렸다.

‘취하’가 12건(41.4%)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고용상 성차별’(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만을 이유로 채용·임금·노동조건 등을 차별하는 것) 유형은 9건 중 시정명령이 내려진 사례는 ‘0건’이었다.

노동청도 고용상 성차별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2020년부터 2023년 3월까지 노동청의 ‘고용상 성차별 신고사건 처리현황’을 보면, 처리가 완료된 200건 중 ‘시정 완료’로 처리된 건은 12건(5.9%)에 불과했다. 이어 ‘기소 의견 송치’도 5건(2.5%)에 그쳤다. ‘법 위반 없음 등’이 65건(31.9%), ‘기타 종결’이 58건(28.4%), ‘취하 등’의 경우 35건(17.2%), ‘불기소 의견 송치’가 25건(12.3%)이다.

노동위원회에서 차별 시정을 판단하는 공익위원의 성비가 불균형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3월 기준 전체 차별 시정 담당 공익위원 중 남성 비율이 72.7%로 나타났다.

제도 자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조치의무 위반’은 회사 측의 조사로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때만 시정신청을 할 수 있다. 가해자가 사용자이면 제대로 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직장갑질119 김세정 노무사는 “고용상 성차별과 성희롱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실제 활용 실태는 기대에 못 미친다”며 “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의 성인지 감수성 재고, 심문회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실제적인 방안 마련, 시정신청 대상 범위 확대 등 제도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