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의 버거운 인생레이스, 그래도 달린다… 트랙 위 꿈 향해
단거리 국대 도전하는 3명의 선수
팀워크 통한 성장 드라마와 달리
꿈 포기 못하는 각자의 사연 그려
스포츠 영화 붐 속 ‘참신한 시선’
“육상해서 뭐하냐. 울면서 끝난다니까. 결국 정규직 하려고 이러고 있잖아.”
고교 육상부 코치인 지완(전신환 분)이 제자인 준서(임지호 분)에게 농담처럼 말한다.
한때 육상 단거리 국가대표였지만 지금은 정규직 교사가 되는 게 목표인 계약직 코치인 지완에게 육상이란 이미 현실과는 멀어진 꿈이다. 주위의 반응도 비슷하다. 교감은 지완에게 육상부가 존속하면 정규직 교사가 될 수 없다며, 준서가 육상을 계속하는 게 좋은 일인지도 생각해 보라고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호는 국가대표 자리를 따내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코치인 형욱은 잘못을 알면서도 결국 그와 공생관계가 된다.
전작들이 모두 팀의 승리를 위한 과정을 그렸던 것과 달리 스프린터는 각 선수가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경쟁 관계다. 그래서 이 영화는 주인공이 이겨야 끝이 나는 그런 결말을 향해 가진 않는다.
모든 선수가 결승점의 테이프를 끊기 위해 뛰어도 우리의 삶처럼 모두가 1등이 될 순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바운드가 꼴찌의 우승, 드림이 국제 대회의 값진 한 골을 통해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스프린터는 이기는 것 자체보다도 그 과정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를 격려한다.
육상 경기의 우승은 단 한 명뿐이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꼴찌 성적표를 받는다. 먼발치서 경기를 바라보는 관중들은 우승자에게 열광하고 박수를 보내면 그뿐이지만,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모든 선수에겐 저마다의 깊은 사연이 있다.
영화 속에서 나쁜 선택을 한 정호를 연기한 배우 송덕호가 1심 재판에서 병역비리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현실처럼, 우리 삶에서 누군가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이를 숨기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준서처럼 벅차오르는 열정을 믿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누군가는 현수처럼 꿈을 향해 외로운 뜀박질을 계속하고 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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