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5·18, 특정 그룹 전유물 아냐”…이재명 “말로 반성 말고 행동을”
여야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광주에 집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통합과 호남지역 발전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5·18 기념식에 지난해에 이어 대부분 참석했다.
김기현 대표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최고위에서 “그날의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 자유와 인권, 평화, 민주주의를 누리고 살아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당의 진심이 훼손되거나 퇴색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사실을 염두에 둔 말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민주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의 정치적 전유물로 여겨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5·18정신은 용서와 화해의 정신”이라며 “국민 통합을 실현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아침 특별 편성된 KTX 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광주로 왔다. 이날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진행된 기념식에는 소속 의원 95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호남에서 보수정당 후보로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여권의 호남 구애 행보는 호남지역뿐 아니라 전체 선거 승패를 결정지을 수도권에서 호남 출신·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의원들도 기념식에 총출동했다.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100여명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기념식에 참석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나란히 앞줄에 있던 이 대표는 기념식 말미에 일어서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김 대표는 오른쪽에 있던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지만 바로 왼쪽에 있던 이 대표와는 손을 잡지 않았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곳은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국민이 목숨 바쳐 투쟁한 현장”이라며 “국가폭력에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은 말로만 반성하고 추념하고 기념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특히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고 양회동 지대장의 분신 사망 사건을 ‘국가폭력’으로 규정하고 “건설노동자들을 사법적으로 탄압하고 억압한 결과 건설노동자가 분신자살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정부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오후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함께 광주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비공개로 위문했다. 양 할머니는 “우리나라가 우리 마음대로도 못하고 왜 이렇게 (끌려다니는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본에 너무 많이 끌려다니는 것 같아 아쉬우시죠”라며 “강제동원 문제가 좋게 해결되는 것을 건강하게 지켜보셔야 한다”고 쾌유를 빌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정의당 소속 의원 6명 전원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기념사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과 맞서 싸우겠다며 정권 비판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는 협박까지 쏟아냈다”면서 “역대 최악의 기념사”라고 혹평했다.
진보당은 윤 대통령이 기념사를 읽는 동안 기습 팻말 시위를 벌였다. 윤희숙 상임대표와 강성희 원내대표는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정대연·광주 | 이두리·신주영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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