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으로 100여명에 새 삶 선물한 20대 청년…父 “하늘에선 행복하길”

대전 거주 이동재 씨,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 상태 빠져…유족들 기증 결심
아버지 이영근 씨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못하고 해준 것 없어 미안”

100명 넘는 이들에게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된 고(故) 이동재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된 20대 청년이 100명이 넘는 이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1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동재(23) 씨는 대전 충남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좌·우 신장, 간, 폐를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조직 손상으로 장애가 있는 100여 명의 환자에게도 인체조직을 아낌없이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16일 사고를 당해 충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이 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결국, 지난달 25일 끝내 숨을 거뒀다. 충남 천안 출신으로 군대에서 제대 후 대전에서 취업해 살고 있던 이 씨는, 평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으나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유족들은 세상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떠난 이 씨가 다른 이들의 목숨을 살리는 선한 일을 하고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했다.

이 씨의 아버지 이영근 씨는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못 하고 해준 것도 많이 없어 미안하다"며 "이제라도 좋은 추억 만들자고 지리산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함께 하지 못하고 떠나니 눈물만 난다.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문인성 장기조직기증원장은 "뇌사 장기기증과 인체조직 기증 모두를 결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5명의 생명을 살리고 100여 명의 환자의 삶을 회복시킨 이동재 님의 선행을 모두가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