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즉생, 죽어야 산다”…‘한국 판매중단’ 재규어, 감춰둔 무서운 카드 [왜몰랐을카]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5. 18. 21: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규어, 1~4월 국내서 10대 판매
믿는 구석, 리이매진과 4도어 GT
2025년 순수 럭셔리 브랜드 전환
역동적인 우아함을 발산한 재규어 차량들 [사진 출처 = 재규어랜드로버]
“1월 2대, 2월 1대, 3월 3대, 4월 4대”

치욕이다. 올들어 4월까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단 10대 판매했다. 한 차종이 아니다. 재규어 전체 실적이다.

같은 기간 경쟁 브랜드 판매실적은 벤츠가 2만1126대, BMW가 2만3970대, 포르쉐가 4112대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형제 브랜드인 랜드로버가 2071대로 선전한 게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더 큰 굴욕일 수도 있다.

결국 지난해부터 ‘철수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올해는 ‘철수’가 기정사실화됐다. 철수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판매 중단’이다. 판매 중단도 굴욕이자 치욕이 맞다.

울상을 짓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재규어는 포커페이스를 한 채 몰래 웃고 있다. 포기나 달관이 아니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하반기부터 ‘리테일 판매’ 중단
로빈 콜건 대표가 재규어 리이매진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재규어랜드로버가 18일 마침내 ‘믿는 구석’을 공개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이날 시그니엘 서울(서울 송파)에서 미디어 컨퍼런스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화려하다.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만 나온 게 아니다. 글로벌 본사인 재규어랜드로버의 최고사업 책임자 레너드 후르닉, 마틴 림퍼트 해외사업 총괄 대표 등도 방한했다.

한국 기자들에게 25조원을 들여 모던 럭셔리 완성차 제조업체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리이매진(Reimagine)’ 전략과 한국시장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따로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한국을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재고가 소진되면 신차로 살 수 없는 재규어 F타입 [사진 출처 = 재규어랜드로버]
재규어랜드로버는 ‘한국 시장 철수설’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강하게 부정하는 리이매진 전략을 상세히 설명했다.

리이매진 전략에 따라 재규어를 오는 2025년 순수 전기차 모던 럭셔리 브랜드로 전환한다고 강조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새로운 재규어를 맞이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리테일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철수가 아니라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뜻이다. ‘필사즉생’의 각오도 담았다.

‘재규어 르네상스’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르네상스는 정통 계승과 구습 파괴를 통한 창조와 혁신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재규어의 정통성을 계승하되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해 체질을 바꾼다는 뜻이다.

르네상스에는 지난 몇년 간 겪은 굴욕을 새로운 재규어 탄생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각오도 담겨있다.

재규어 르네상스 선봉장 ‘4도어 GT’
재규어 78년식 XJC [사진출처=재규어랜드로버]
재규어랜드로버는 더 나아가 재규어 르네상스 선봉장이 될 ‘회심의 카드’도 궁금증을 유발시킬 정도로만 선보였다.

2025년 공개될 첫 번째 럭셔리 전기차인 ‘4도어 GT’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700km, 시작가는 10만파운드(1억5000만원)라고 밝혔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패를 다 보여주면 굴욕을 참고 견디다 회심의 일격을 날릴 수 없어서다.

욕하다 오히려 반전으로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위해 궁금증을 유발하며 ‘감질’나게 공개하는 게 낫다.

다만 4도어 GT에서 힌트를 엿볼 수 있다. GT는 이탈리아어로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다. ‘장거리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는 고성능 자동차’라는 뜻이다.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은 차명에 GT를 쓰지만 재규어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

헤리티지 산살인 영국 코벤트리 재규어 랜드로버 클래식 웍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T는 2년 뒤 재규어 르네상스를 일으킬 ‘순수 전기차’와도 찰떡궁합이다. 전기차는 조용하고 정숙한 것은 물론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폭발적인 퍼포먼스도 발산한다. GT 고성능을 충족시킨다.

또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배치해 무게 중심을 낮추고 실내공간도 넓고 아늑하게 쓸 수 있다. ‘장거리 주행’ GT에 어울린다.

품격과 고성능을 모두 추구해 ‘달리는 예술작품’을 지향한 재규어의 헤리티지도 GT·전기차와 ‘환상의 케미’를 발산하며 르네상스를 일으킬 수 있다.

경쟁차종은 ‘고성능 세단·쿠페’ 시장을 선점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다. 메르세데스-벤츠 CLS, 메르세데스-AMG GT 43, 아우디 e-트론 GT 콰트로와 아우디 RS e-트론 GT, 포르쉐 파나메나와 타이칸 등이 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