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막…시진핑, G7 맞서 우군 결집(종합)
중국, 러시아 앞마당 국가들과 관계 강화…일대일로 동력 확보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첫 대면 정상회의가 중국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산시성 시안에서 18일 개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회담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참가한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회담을 하고, 결과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연쇄 양자회담에서 시 주석은 주권, 영토 보전 등 '핵심이익'과 관련한 상호 지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 농산물 수입 확대를 포함한 경제·무역 협력 강화 등을 강조했다.
중국으로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인식이 미묘해진 구소련 출신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안보 및 경제와 관련한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대만 문제 등에서 지지를 얻는 모양새였다.
또 중국은 키르기스스탄과의 관계를 '새 시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19일까지 열리는 회의에서 시 주석은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중앙아 운명공동체 건설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중국이 1990년대 초반 소련 붕괴 뒤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개별 수교한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 개최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대면 다자 정상회의다.
작년 1월 화상으로 6개국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대면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거기에 더해 중국이 약 3년간의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올해 초 폐지한 이후 처음 개최하는 오프라인 다자 정상회의라는 점에서 중국은 특별히 이번 회의에 공을 들였다.
회의에서는 시 주석의 주요 대외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관련 협력 강화 방안이 비중 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중국·러시아 견제에 방점을 찍는 것과 달리 이번 회의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만해협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경제적 강압' 반대 등 중국 견제 내용이 다뤄질 G7 정상회의에 맞서 중국이 '우군' 결집을 시도하는 모양새가 자연스럽게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측통들은 2월 말∼3월 초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방문에서 나타난 미국의 중앙아시아 접근,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자국 영향권에 둔 러시아의 전쟁 장기화 등 변수 속에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점에 주목하며 대대적인 협력 강화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전쟁 중인 러시아의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커지면서 중국은 과거 러시아의 눈치를 보느라 관계 발전에 한계가 있었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현재보다 한 차원 높은 관계를 구축할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많다.
따라서 중국은 '색깔혁명(권위주의 정권 국가에서 서방 주도로 일어나는 민주주의 개혁 운동)' 반대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그들이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만드는 데 이번 회의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도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전쟁의 늪에 빠진 러시아를 보완 또는 대신할 안보 협력 파트너로서 중국이 가진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 주로 상하이협력기구(SCO)의 틀 안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해온 중국이 별도의 정상급 협의체를 출범시킨 사실에 주목하며 "이번 회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엄 교수는 이어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 협력을 넘어 안보 협력도 강화하는 회의가 될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러시아는 그것을 어떻게 볼지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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