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인플레로 경기침체 예상... 복지 희생 없인 공공부채 급증할 것”
이탈리아 前 총리의 세계 경제 진단과 해법
“복지 지출 등을 희생하지 않는다면 공공 부채에 대한 부담이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는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둘째 날인 18일 급증하는 공공 부채를 줄이기 위해 복지 지출 구조조정과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원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전쟁으로 인한 국방 비용 증가, 전 세계적인 기후 목표 달성에 대한 지출 등이 더해져 국가 부채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경제 전문가 출신 정치인인 그는 “지난 50년간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으로 제조업과 금융 시장은 하락기에 접어들었고, 단기적으로 급격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끝날 거란 낙관론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중앙은행들이 가까운 미래에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인하할 것이라는 생각은 섣부른 기대”라는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와의 대화’ 특별 세션은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국가 부채 줄이는 방법은 ‘성장’뿐
드라기 전 총리는 코로나 이후인 2021년 2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이탈리아 총리로 재직했다. 5000만명대의 인구, 제조업 비율이 25% 수준인 산업구조, 불 같은 성격을 가진 국민성까지 한국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탈리아는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선 2004년 1인당 GDP(국내총생산) 3만 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거의 20년이 다 된 지금도 4만달러대로 올라서지 못했다. ‘복지병에 걸린 선진국’의 대명사가 됐다.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 비율은 1990년대에 100%를 넘었고, 드라기가 총리 임기를 시작한 2021년엔 149.8%까지 치솟았다. 그는 “공공 부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장’”이라며 “내가 이탈리아 총리를 맡은 이후 GDP를 10% 성장시켰더니 부채 비율이 9% 하락했다”고 말했다. 성장의 방법으로 ‘구조 개혁’을 제시한 그는 “단순히 산업이나 금융의 개혁이 아니라 교육 체제를 향상시켜 사회적 배경이나 상속된 부와 상관없이 개개인이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사회적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없어지면서 청년들과 여성들이 일자리에 참여할 유인이 낮았던 것이 성장 정체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우크라 전쟁 승리는 EU의 존재와 직결
드라기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승리해야만 한다”며 “단순한 경제적 연합이 아니라 ‘전쟁을 하지 말자’는 이해를 바탕으로 설립된 유럽연합(EU)의 존재 자체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 동쪽과 북쪽에 있는 회원국들이 지속적으로 공격받고 독립을 빼앗기도록 두는 것은 EU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했다. EU 회원국들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다.
그는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한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평화를 되찾는 방법은 러시아가 민주주의 국가로 변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드라기 전 총리는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드라기 전 총리 세션에는 노트에 필기를 하거나 강연 내용을 정리하는 대학생 참석자들이 유달리 많이 보였다. “자신의 커리어와 성공을 위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전 이사장의 말에 드라기 전 총리는 “직업적 환경과 맡은 업무가 바뀌는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호기심’이었다”며 “눈을 크게 떠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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