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삼지구 개발 '졸속행정' 논란…주민들 "환경영향평가 신뢰할 수 없어"

[현장] 환경파괴·인허가 절차 등 도마에…시공사 측 "추후 현실적인 대안 내놓겠다"
용인시 "바뀔 수 있는 건 없어"…"주민이 원해서 공청회한 것일뿐"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가 시행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를 진행했다고 밖엔 안 보여요. 2017년에 전략영평가와 올해 환경영향평가를 보면, 현재 대지면적이 늘었습니다. 6만2천평에서 8만2천평 수준으로 늘면서 3656억원이 분양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건폐율이 18.5%에서 22.36%로 증가하고 용적률도 228.0%에서 229.62%로 증가하면서 시공사엔 많은 이익이 예상됩니다. 중요한 부분은 사업자에게 이익이 되는 건축면적은 상당히 늘었는데 지역주민의 복지가 되는 공원·녹지는 오히려 줄었어요."

18일 용인시 처인구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용인 은화삼지구 지구단위계획 주택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에 패널로 참여한 주민 이호수 씨는 "시공사가 선정하고 시공사로부터 용역비를 받는 용역업체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18일 용인시 처인구 중앙동 행정복지센터 3층 대회의실에서 '용인 은화삼지구 지구단위계획 주택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안다솜 기자]

이날 공청회엔 약 50석의 자리가 준비돼 있었는데 자리가 부족해 서 있는 이들도 수십명에 달했다. 공청회에선 시작 전부터 고성이 오갔다. 사회를 맡은 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 측이 "영상촬영은 경찰에서 불법이라고 인정한 부분이라 촬영 등을 금지하겠다"고 말하자 주민들은 "보안요원이 무서워 제대로 말도 못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차례 고성이 오고 간 뒤에 시작된 질의응답 시간에도 시행사 측은 주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할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중간중간 몇 차례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은화삼지구 개발사업'은 용인특례시 처인구 남동 일대 26만여㎡에 공동주택 3천770세대를 짓는 민간제안 지구단위 개발사업이다. 용인시의 사업 추진경위를 보면 2015년 시행사의 제안을 받아 2017년 '은화삼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용도지역변경 자연녹지-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결정 고시했다.

주민들은 용인시의 이 같은 인허가에 졸속행정이라며 비판했다.

이호수 씨는 "한강유역환경청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의견으로 공원 녹지 면적이 축소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단서 조항을 달았다"며 "최근에도 녹지 면적 줄인거에 대해서 추가로 확보하라고 했다. 어떤 이유로 녹지가 줄었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비교. [사진=개발부지 인근 주민]

2017년 진행한 전략영향평가 자료에 따르면 은화삼지구 개발사업의 전체 부지는 7만1천414평이며, 이 중 공원과 녹지는 1만1천338평으로 전체 부지 규모의 15.9%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번에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사업부지는 7만9천113평으로 늘었는데, 공원과 녹지는 1만1천168평으로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화삼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지난해부터 녹지와 산을 헐어 고층 아파트를 건설해 '환경파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날 주민들은 개발지역은 임상도 '5영급'으로 수령 40년 이상 수목이 토지 내에 50% 이상 존재해 보존대상지역으로 분류되는데 용인시는 사업시행자가 제출한 '4영급'이란 주장을 받아들여 개발허가를 내줬다고 주장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7조 3항'에 의한 '토지 적성평가에 관한 지침 3-1-5'에 따르면 임상도 5영급은 자연보전 지역으로 분류된다.

또 다른 주민 의견진술자는 "환경영향평가 초안 작성할 때 현안 조사 보면 조사를 딱 한 번 시행했다. 환경영향평가 지침을 보면 계절적 요인 고려해 조사하라고 돼있는데 단 한 계절말 조사해서 어떤 영향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는지 하는 의문점이 있다"며 "문헌조사도 2016년에 했던 데이터 미래 조사가 전부고, 동·식물은 2009년, 2010년에 조사해서 거의 10년이 넘게 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 대상지에 대한 충분히 조사했다곤 볼 수 없다"며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은화삼지구 개발부지와 인근 지역. [사진=개발부지 인근 주민]

환경단체 측은 "토지에 대해 민원을 계속 제기했다. 도시계획 심의할 때 5영급 여부를 재조사해달라고 했다"며 "현장조사를 한다고 해 자료를 준비해서 갔는데 비가 많이 와서 (담당자들이) 참석을 안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디 옥상에서 봤다고 하는데 밖에서 (해당 지역을) 보고 끝났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시행사 측은 이에 대해 "아직 환경영향평가 초안 단계"라며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개발로 인한 교통체증 문제도 지적했다. 은화삼지구는 3개의 블록(a1, a2, a3)으로 나뉘는데 용인시 도로계획에 따르면 a2블록과 a3블록 중간을 남북으로 넘어가는 고가도로만 건설되는 것으로 나와있다. 주민들은 a1블록과 a2블록으로 직접 출입할 수 없어 단지 전체를 연결하는 간선도로 정체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이호수 씨는 "기존 주민들 입장에선 지금도 막히는 도로다. 4천세대가 해당 도로로 다니는데, 비전문가 입장에서 봐도 교통이 상당히 정체가 될 거 같다"며 "아파트가 들어오면서 교통이 더 좋아져야하는데 왜 더 나빠지는 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른 아파트 준공시점과 용인시의 하수처리시설 증설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패널로 참여한 주민은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보면 (아파트) 준공 시점이 2027년인데 용인시 하수과에 문의하니까 2030년도에 (하수처리시설을) 증설해 가동할 수 있다고 한다"며 "준공시점과 하수처리장 증설·가동시점과 맞지 않다. 한강청에서도 협의의견을 줄 때 연기에 대한 부분 검토해서 사업시기 조정하라고 했는데 검토가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시행사 측은 "2027년 준공은 목표 시기이고 확정은 아니다"라며 "아파트가 지어졌는데 공공처리장이 안되면 입주를 할 수 없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용인시와 협의해서 시기를 조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민 측에선 "초등학교 소음 대책에 대해선 전략영향평가를 보면 방음터널로 계획했는데 이번 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선 방음벽을 설치하는 걸로 계획했다"며 "왜 바뀐건지 언급없이 수립됐다. 방음터널 설치해서 유지관리를 연계하는 방안이 좋다고 보는데 (시공사 측에) 타당한 사유가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사업자 편의보다는 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위해 사업계획이 설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행사 측은 "방음터널에서 일부 방음벽으로 변경했는데 저 부분은 관련 부처와 협의하면서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행사는 주민들이 물은 수많은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내놓지 못해 원성을 샀다. 시행사 측은 "환경영향평가 초안 단계고 평가서 내에 관련해서 층수 관련해서 21~28층 잡혔는데 4~5층이 들어갈 순 없지만 경관적 부분 검토하고 관련 개별법에 따른 제도도 있다. 환경과 어우러지는 경관 계획을 세우겠다"고 답했다.

이에 한 주민이 "층수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이미 건축 심의 단계에 들어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뜻에서 공청회가 진행됐지만 사실상 바뀔 수 있는 것 없어 보인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용인시 주택과 관계자는 "사업계획이 이미 접수돼 개발계획이 확정된 상태에서 바뀔 수 있는 건 없다"며 "주민 의견 제출 기간이 있는데 그 기간 안에 주민들이 공청회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기 때문에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의 절차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시행사 측은 오는 24일 한 번 더 주민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