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젠더 책, 도서관에서 다 빼!" 세계 최대 출판사 건드린 플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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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州) 학교 도서관이 문화전쟁의 최전선이 됐다.
인종·젠더를 다룬 책을 도서관에서 치우려는 플로리다주의 한 교육구를 상대로 세계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펭귄랜덤하우스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국제작가단체 '펜아메리카', 학부모들은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에스캄비아 카운티 교육구와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한 소송을 연방법원에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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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 위배"
미국 플로리다주(州) 학교 도서관이 문화전쟁의 최전선이 됐다. 인종·젠더를 다룬 책을 도서관에서 치우려는 플로리다주의 한 교육구를 상대로 세계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도서 검열은 표현의 자유 제약… 헌법 위배"
펭귄랜덤하우스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국제작가단체 '펜아메리카', 학부모들은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에스캄비아 카운티 교육구와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한 소송을 연방법원에 냈다. 인구 약 32만 명의 에스캄비아 카운티는 공립학교 도서관의 인종·젠더 관련 책 약 200권을 금서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에스캄비아 카운티는 '깨어 있다'고 평가되는 책을 금지하려고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 평등보호조항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1970년대 학교는 커트 보니것의 반전(反戰)소설인 '제5도살장'과 흑인 문예부흥을 이끈 흑인 시인 랭스턴 휴스의 시를 금지하려 했다"며 "(이념에 따른 금서 지정을 방관한다면) 내일은 기독교와 건국의 아버지들, 전쟁영웅에 대한 책도 금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검열 대상이 된 책 대부분은 인종, 젠더, 성정체성을 다룬다. 3~7세 대상 그림책 '바비 삼촌의 결혼식'은 바비 삼촌이 남자친구와 손잡고 있는 삽화가 들어 있다. 이 책 저자로 이번 소송에 참여한 사라 브래넌은 "성소수자 캐릭터를 이유로 한 조치인 게 매우 분명하고, 이는 명백히 헌법에 위배된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 오프라 윈프리가 제작한 영화 '프레셔스'의 원작 소설인 사파이어의 '푸시', 아프가니스탄 출신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 등도 금서 목록에 올랐다.
'인종·젠더'와 책, 문화전쟁 표적되다
이번 소송이 플로리다주에서 제기된 건 우연이 아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문화전쟁을 보수표 결집의 도구로 쓴다. 지난해엔 학교에서 인종차별의 역사와 성적 지향 및 성정체성 교육을 금지했다.
펜아메리카에 따르면 2021년 플로리다주 학부모들이 결성한 '자유를 위한 엄마들' 등 최소 50개 보수 단체가 미 전역에서 금서 지정을 주도한다. 과거에는 개별 도서에 대해 특정 학부모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게 이유였다면, 최근에는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책이 문화전쟁의 표적이 되면서 최근 2년간 미국 학교와 도서관에서 금서 지정 시도가 급증했다고 NYT는 전했다.
두 자녀를 둔 에스캄비아 카운티의 학부모 린제이 더치는 "9세 딸이 좋아하는 (수컷 펭귄 한 쌍이 버려진 알을 품은 센트럴파크 동물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가 금서가 된 게 특히 화가 난다"며 "학생들이 자신과 다른 삶을 접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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