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호텔 38층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남산 다 가리려고?

최종석 기자 2023. 5. 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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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앞 동상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스1

서울 중구 서울역 앞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을 소유한 이지스자산운용이 최근 중구청에 이 건물을 허물고 38층 복합 건물을 짓겠다는 재개발 정비계획안을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도 힐튼 호텔이 남산을 가리고 있는데 그보다 높은 빌딩을 지으면 남산 보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18일 서울시와 서울 중구청 등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녹지’를 부지의 40% 이상 조성하는 대신, 현재 23층 71m 높이 건물을 헐고 최고 38층 150m 복합 빌딩 2동을 짓는 계획을 만들었다. 작년 4월 서울시가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근거로 했다. 이는 도심 녹지를 늘리기 위해 개방형 녹지를 만들면 그만큼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게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힐튼 호텔은 고도 약 30m 언덕 위에 있어 이 계획안대로 지으면 사실상 180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셈이 된다. 언덕 아래쪽에 있는 서울스퀘어빌딩(높이 약 82m, 23층)의 2배 수준이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지금도 힐튼 호텔은 넓게 펼쳐져 있는 모양이어서 남산을 일부 가린다”며 “빌딩을 얇게 높이 올리면 오히려 남산이 더 잘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진경

계획안에 있는 개방형 녹지의 위치도 논란거리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녹지를 호텔 건물 앞·뒤쪽에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호텔 뒤쪽은 서울스퀘어빌딩, 서울남대문경찰서 등으로 막혀 있어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기가 어렵다. 사실상 호텔의 정원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양쪽의 녹지를 연결해 일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은 계획 단계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확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계획안은 이지스자산운용의 계획일 뿐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개방형 녹지는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지, 조성한다고 해서 전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건축 전문가는 “층수를 낮추고 개방형 녹지 위치도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서울시는 시민들에게 도심 녹지를 만들어주려고 인센티브를 내걸었는데, 남산 조망을 가리고 시민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녹지를 만들면서 인센티브를 요구하면 안 된다”고 했다.

1983년 문을 연 힐튼 호텔은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김종성 건축가의 작품이다. 현대 건축의 거장 미스 판 데어 로에의 제자인 그는 미국 교수 시절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요청으로 이 호텔을 설계했다고 한다. 지하 1층, 지상 22층 규모로 남산을 병풍처럼 감싸는 형태였다. 호텔은 작년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하고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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