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1. 용인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무지개 빛깔의 일곱 기둥과 꽃밭 같은 건물 외벽 디자인은 어린이들의 재주와 개성을 나타내는 듯하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앞으로’를 비롯한 정겨운 동요 노랫말을 한 글자씩 새긴 알록달록한 타일이 벽면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동요를 시각화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유리벽화를 보면서 100년 전 우리 겨레의 암흑기였던 식민지 시대에 어린이날 제정을 주도한 색동회를 떠올린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린들은 희망이다. 2011년 9월에 개관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들의 꿈과 호기심, 상상력을 키우는 놀이터이자 배움터로 경기도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와 이웃하고 있다.
■ 상상력과 모험심이 ‘쑥쑥’
어린이들이 전시물을 보고 만지고 이용하면서 배우며 알아가도록 고안된 시설답게 공간의 배치와 구성이 안전하고 재미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시물이 가득하다.
유치원생들이 친구의 손을 잡고 박물관에 입장하고 있다. 대기하고 있던 박물관 직원들이 아이들을 안내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맞은편 벽면에 파이프 오르간과 꽹과리가 이어져 있고 9m 높이의 꼭대기에 파란 구름과 새가 한 마리 앉아있다. 소리를 듣고 눈으로는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소통할 수 있는 김동원 작가의 ‘앙상블’이란 키네틱 아트다.
최문석 작가의 ‘돌고래와 환상의 바다여행’은 아이들과 직접 교감한다. 휴대전화를 꺼내 허공에 매달린 번호로 전화를 걸자 파란 돌고래 네 마리가 환상의 바다를 헤엄치기 시작한다. 아이 둘이 기다란 망이 주렁주렁 매달린 숲을 헤치며 앞으로 나간다.
최성임 작가의 ‘끝없는 나무’란 작품도 아이들의 놀이터다.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 만든 작품을 살펴보니 음료수 페트병이 중요한 재료로 쓰였다. 버려지는 쓰레기도 상상력을 발휘하면 재미있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어린이박물관에 전시된 모든 작품들은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말을 걸고 손을 내민다.
■ 너와 나, 우리 모두 주인공이 돼 놀자
빨간 119 소방차를 타고 소방관 아저씨들이 어떻게 불을 끄는지를 배운다. 아이들은 소방관이 돼 차를 몰아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간다. 젖소와 말, 닭과 병아리, 토끼와 양이 살고 있는 동물농장에서 아이들이 토끼에게 당근을 주고,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준다. 반달곰 발자국을 따라가면 DMZ가 나타난다.
DMZ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지만 희귀한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반달곰이 들판을 어슬렁거리고 냇가에는 반딧불이가 날고 있다. 금강초롱과 두루미와 고라니 형상의 태블릿 가이드가 안내를 맡아준다. 태블릿으로 반달가슴곰을 찍으면 반달가슴곰에 대한 정보가 화면에 나타난다. 퀴즈를 푸는 활동을 통해 회색의 삭막한 들판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면 생동감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화한다.
‘자연놀이터’는 48개월 미만의 영유아들을 위한 감각놀이 공간이다. ‘작은 생태전’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은 어떻게 변하는지 알려준다. 텃밭에 채소도 심고, 사과도 따며 사계절의 변화를 느껴본다. 동물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땅속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알 속에 들어가 병아리 돼보기, 동물농장에서 강아지와 말 돌보기, 연잎 위에서 자연의 소리 듣기, 다람쥐가 되어 통나무를 오르고 내려가기, 땅속 두더지가 돼 두더지집짓기를 하다보면 자연의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 놀면서 배우는 생태와 환경, 그리고 이웃
2층 상설전시실에 마련된 ‘바람의 나라’는 어른들에게도 재미있는 공간이다. 바람의 나라에서는 ‘아기 바람’과 ‘어린이 바람’이 친구가 돼 신나게 논다. ‘어른 바람’과 ‘어르신바람’을 통해 보이지 않지만 늘 우리 곁에 있는 바람의 소중함을 배운다. 바람이 어떻게 이용될까?
바람이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모습, 바람을 타고 춤추는 천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다. 아이 하나가 새의 등에 엎드려 망원경을 보고 있다. 아이의 눈에 비친 경기도의 산과 들판의 풍경이 궁금하다. 씨앗을 먼 곳으로 여행시키고,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바람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물의 나라’는 태백산 상류에서 발원해 서해로 흘러드는 22m 크기의 한강 물 테이블이다. 물의 흐름과 힘, 댐과 수력발전의 원리 등을 체험하고 한강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배우며 서해안 갯벌의 생물을 관찰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엿보려면 2층 ‘도전 어린이 건축가’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살피면 된다. 증강현실(AR)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어린이 건축가가 돼 볼 수 있다. 못을 사용하지 않는 결구법을 체험하고, 서양의 아치 구조물을 쌓아본다.
건축가의 인터뷰를 담은 AR 영상으로 건축의 구조와 재료를 배운다. 미래의 집은 어떻게 변할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건축물을 직접 짓고 전시실 벽면으로 송출해 다 함께 마을을 만들어 본다.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다.
‘우리 몸은 어떻게?’는 우리 몸의 장기를 살펴보는 흥미진진한 과학교실이다. 눈, 귀, 코와 손 등 신체 각 기관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다. 온 몸에 피를 보내는 심장이 커다란 나무처럼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붉고 푸른 혈관이 나뭇가지처럼 천장으로 뻗어 올라갔다. 피가 나가는 동맥은 붉은색, 피가 심장으로 들어오는 정맥은 푸른색이다.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이 음식을 씹는 어금니와 혀 위에 앉아 놀고 있다. 나의 손은 어떻게 물건을 잡을까? 뼈만 있는 새끼와 약지손가락이 있는 커다란 손바닥 신기한 듯 쳐다보는 아이의 눈빛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거대한 눈 모형에 들어가 시각원리를 이해하고, 우리의 귀가 소리를 어떻게 뇌로 전달하는지 체험한다.
3층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전시장은 박물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얼굴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다문화가정이 살고 있는 경기도의 특성을 전시로 녹여낸 것입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중국, 베트남, 일본, 인도네시아 어린이 가정을 1년여간 방문해 그들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전시장으로 옮겼습니다. 관람객들은 다양한 도구와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각국의 요리와 전통악기, 의상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지요.” 박물관 곳곳에 어린이들이 예술가와 함께 만든 작품이 전시돼 있다.
■ 소통과 참여로 만들어 가는 ‘어린이 세상’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시대이지만 어린이들은 여전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 속으로 풍덩’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채고 마련한 것이다. 5월에는 ‘사랑에 빠진 개구리’를 6월에는 ‘배고픈 달팽이와 너무 먼 채소밭’을 공연한다. 공연을 관람한 후 개구리 손 인형 만들기와 달팽이 손 인형 만들기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에 진행한다.
‘21세기 잭과 콩나무’를 오르고 내려오기는 가장 인기가 많은 놀이터다. 14m에 달하는 콩나무를 직접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키가 120㎝가 넘는 어린이들이 체험을 할 수 있다.
박물관의 모든 프로그램은 예약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쾌적한 환경에서 전시물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소통과 참여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박물관은 개관 때부터 어린이자문단을 둬 어린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만들어 가고 있지요. 어린이들의 순수한 꿈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역동성이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자랑입니다.”
정기 자문회의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고, 워크숍을 열어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전시물 제작과 공간구성을 논의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열린 정책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다. 김준영 다사리행복평생교육학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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