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의정'과 '사익' 사이... 김남국, 조명희, 최영희

뉴스타파 2023. 5. 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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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출처 없는 단독 보도에서 시작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 화폐 투자 논란이 벌써 2주째 가장 뜨거운 이슈로 정국을 달구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과 각종 언론들은 대부분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이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99% 시민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보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짚을 수 있습니다. 

김남국 사건의 진짜 쟁점

첫째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입니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초부터 시작한 히든머니 프로젝트를 통해 공직자 재산 공개 제도와 관련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요, 공직자 재산 신고서의 오류와 고지거부 제도의 문제점, 공직자 재산 DB 일원화 공약 후퇴 등을 다뤘고 특히 김남국 의원의 사례처럼 가상 화폐를 신고할 의무가 없는 현행 제도의 허점에 대해 가장 먼저 지적한 바 있습니다. 

둘째는 공직자의 이해 충돌 문제입니다. 공적인 권한을 앞세우거나 공적인 활동을 가장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죠. 재산공개 제도의 취지 자체가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한 것인만큼 이해 충돌 방지는 재산공개 제도보다 더 상위의 가치를 지닙니다. 김남국 의원 사례를 문제삼는 것도 결국 가상 화폐 보유 사실을 숨긴 채 의정활동이나 다른 공적 활동을 지렛대 삼아 사익 추구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죠.

검찰과 일부 언론들은 이미 범죄 혐의가 확정적인 것처럼 수사와 보도를 하고 있지만, 김남국 의원의 가상 화폐 투자가 공직자로서의 이해 충돌을 넘어 '범죄'의 영역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없습니다.

뉴스타파, 국회의원 이해충돌 전수조사

이같은 상황에서 뉴스타파는 시민단체 다섯 곳(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참여연대, 경실련)과 함께 국회의원 300명의 공개된 재산 정보를 토대로 이해 충돌 사례를 전수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일부 국회의원들에게서 나라를 위한 의정활동인지, 아니면 일가족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이해 충돌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국민의힘 조명희, 동료 의원 통해 예산 늘린 사업을 가족회사가 수주

국민의힘 비례대표 17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조명희 의원은 경북대 항공위성시스템학과 교수 출신인 지리정보공학 학자입니다. 조 의원은 20년 전부터 지리정보시스템, 즉 GIS 운영업체인 지오씨엔아이를 설립해 경영해왔습니다. 본인이 지분 98%를 보유한데다 딸과 남편이 번갈아가며 대표를 지냈고, 아들은 사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전형적인 가족회사입니다.

2020년 8월 조명희 의원은 국회 예산 350만 원을 들인 온라인 토론회에서 GIS와 공간영상을 활용해 홍수와 산사태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비대면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문제는 이같은 수자원 정보화 사업 기술을 보유한 게 본인의 가족회사라는 점이었죠. 국민을 위한 의정 활동인지 가족 회사를 위한 영업 활동인지 헛갈리는 행사였습니다. 

'영업'에 가까워 보이는 이같은 조의원의 활동은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는 동료 의원의 특별한 도움이 있었습니다. 토론회 얼마 뒤 같은 국민의힘 소속인 이종배 의원이 '수자원 정보화 구축 및 운영 사업'에 배정된 2억 원의 에산을 7억 원으로 증액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인 지오씨엔아이와 다른 회사 한 곳이 용역을 따냈습니다. 

비슷한 패턴의 사례는 또 있습니다. 조명희 의원은 2021년 6월 국회 예산 880만 원을 들여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위성정보기술을 많이 활용해달라"고 말했는데,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 의원 가족회사의 이름이 직접 거명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역시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수산 관측 분야'에 5억 원의 예산을 요청합니다. 얼마 뒤 해수부 산하 해양수산개발원은 이 예산을 활용해 양식어장 판독 사업에 5억 원짜리 용역을 발주합니다. 그리고 이 5억 원짜리 용역 사업은 조명희 의원의 가족회사인 지오씨엔아이를 포함, 3개 업체가 수주했습니다. 도움에 대한 '보답'인지는 몰라도, 2주 뒤 조명희 의원은 예산 증액을 이끌어낸 이종배 의원에게 정치후원금 500만 원을 보냈습니다. 

조명희 의원실은 뉴스타파 질의에 대해 "지오씨엔아이는 사업을 오래 해온 경험과 축적된 기술력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적법하게 입찰했다"며 “국회의원이 된 이후 회사 매출과 직원 수가 1/3로 줄었으며, 의정활동과 회사 간의 이해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종배 의원에 대한 고액 후원은 개인적 친분에 따른 것이라고도 해명했습니다. 이종배 의원실은 뉴스타파 질의에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최영희, 아들 및 며느리에 혜택 주는 법안 대표 발의

미용사 출신으로 대한미용사회중앙회장을 지낸 국민의힘 비례대표 최영희 의원은 올해 1월 31일 '반영구 화장 두피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탈모 부위에 바늘로 색소를 주입함으로써 두피를 모발처럼 보이게 하는 '반영구 화장 두피 산업'을 합법화 하자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최 의원의 며느리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이같은 반영구 화장 두피 시술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어머니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며느리가 직접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죠. 

최의원은 지난해 12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습니다. 미용업, 숙박업, 목욕업 등 공중위생업자에 대한 법정 위생교육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단체만 할 수 있는데, 일정 기준을 갖춘 법인과 단체에도 위생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자는 취지의 법안입니다. 그런데 최 의원의 둘째 아들이 바로 이런 위생 교육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어머니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아들이 혜택을 입게되는 구조죠. 더구나 최 의원은 미용사회 중앙회장을 지낼 당시 3억 원 상당의 온라인 위생 교육을 적법한 이사회 의결 절차 없이 아들 회사에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고 있는 처지인데도 이런 법안을 발의한 것이죠. 

뉴스타파는 최영희 의원실에게 취재 내용을 전하고 입장을 물었지만 최영희 의원실은 "취재를 거부한다고 기사에 쓰라"는 답변만을 내놨습니다. 최 의원의 며느리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어머니가 법안 발의를 한다고 해서 제가 돈을 많이 벌고 이런 건 아니다"라고 답했고, 최 의원의 아들은 사무실에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해충돌 방지 제도는 유명무실

국회에 최영희 의원같은 이해 충돌 의심 사례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법 제32조 4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소속 위원회의 법안 심사와 관련해 자신의 가족이 직접적인 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안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신고’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영희 의원은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최영희 의원 뿐 아니라 21대 국회의원 중 이해 충돌 가능성을 신고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습니다. 이해충돌이 벌어졌는데도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국회법 155조에 따라 국회의장이 징계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역시 국회의장이 징계권을 행사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도적 장치가 유명무실한 것입니다.

조명희 의원같이 직접 법안 심사와 관련한 활동이 아니거나 동료 의원을 통해 '돌려 치기'로 예산을 타낸 경우는 이같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조 의원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백지 신탁, 즉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회사의 주식을 매각하도록 지정된 금융 회사에 맡기는 제도가 있기는 합니다. 조 의원 역시 이해충돌 시비가 일자 자기 주식을 백지 신탁했죠. 그러나 주식이 팔리지 않으면, 즉 백지 신탁한 주식을 아무도 사지 않으면 임기를 마친 뒤 다시 조의원은 다시 주식을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조 의원이 자신의 가족 회사를 위해 '영업'을 해야할 이유는 여전히 남아있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백지 신탁을 위임받고 있는 농협은행의 신탁부 관계자는 백지 신탁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털어놨습니다.  

공직자 재산공개와 이해충돌 방지에 진심이라면...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은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을 고치는 데 '진심'이었습니다. 재산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숨겨진 이해 충돌과 사익 추구를 막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죠.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이런 주장과 보도를 이어갈 때 여기에 주목하거나 동참하는 기성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례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대장동 일당이 '50억 클럽' 곽상도 전 의원에게 아들을 통해 퇴직금 명목의 뇌물을 건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 즉 독립 생계를 영위하는 직계 존비속에 대한 고지 거부제도 때문이라고 뉴스타파가 보도했을 때도 기성 언론들은 무관심했습니다. 

그랬던 기성 언론들이 유력 정치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의 가상 화폐 투자 문제가 불거지자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듯 이를 잡아내지 못한 재산공개제도의 허점과 이해 충돌 가능성, 더 나아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도 않은 잠재적 범죄 혐의와 검찰의 수사 상황을 연일 중계하듯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심이 진심이라면, 그리고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시민의 편에서 이 문제를 생각한다면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들이 오래 전부터 주장해 온 고위 공직자 및 국회의원들의 가상 화폐 보유 현황 전수 조사에 뜻을 같이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고지거부 제도 폐지 등 재산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공직자들의 이해 충돌과 사익추구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 방법에 대해 진정성 있게 보도해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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