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서 “공동운명체” 강조…G7 맞서 우군 결집

이종섭 기자 2023. 5. 1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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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핀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산시성 시안에서 열린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 앞서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양국간 서명식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을 한 자리에 모아 양측의 장기적인 협력과 관계 발전을 통해 ‘운명 공동체’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쇠퇴한 러시아의 빈 자리를 파고 들려는 구상으로 읽힌다. 때마침 대중 견제를 고리로 19∼21일 일본에서 결집하는 주요 7개국(G7)에 맞서 우군을 확보하고 세를 과시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18일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담 환영 연회를 주재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수교 이래 중국과 중앙아시아 각국은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이뤘다”며 “우리의 관계는 ‘좋은 이웃’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그리고 지금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체로 역사적 도약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공동 노력으로 정상회담은 완전한 성공을 거두고 중국과 중앙아시아 관계의 새 시대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정상회담은 19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연설을 통해 신시대 중국-중앙아시아 운명공동체 건설과 6개국 협력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구상들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6개국 정상은 공통 관심사인 주요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양측의 상호 신뢰 강화와 중점 분야 협력에 대해 논의한다.

중국이 1992년 중앙아시아 5개국과 개별적으로 수교를 한 이후 5개국 정상과 동시에 한 자리에서 별도 대면 다자 정상회의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가 포함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 소통하거나 개별적인 교류를 가져왔다. 지난해 1월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처음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당시에는 화상으로 회담이 진행됐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 대해 “올해 중국의 첫 주요 홈그라운드 외교 행사이자 수교 31년만에 6개국 정상이 처음 실체적 형식으로 개최하는 정상회의”라며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관계 발전사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은 5개국과의 정상회의에 앞서 개별 국가 정상들을 별도로 만나 양자 관계 발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전날 가장 먼저 시안을 찾은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카자흐스탄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친구이자 형제, 동반자”라며 “양측은 상호 지지와 협력을 심화시켜 동고동락하는 공동 운명체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이어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과의 회담에서도 각 분야의 협력 수준을 끌어올려 공동 운명체 건설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있는 것으로 인식됐던 국가들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 지역 국가들이 러시아와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크게 쇠퇴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이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대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미국 등 서방국가의 대중 견제에 맞선 우군 결집과 세 과시의 기회로도 활용하는 모습이다. 19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경제적 강압에 대한 공동 대처와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중요성 강조 등 대중국 견제가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발 앞서 세 결집을 시도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중국은 카자흐스탄과의 양국 정상회담 후 낸 공동성명에서 내정 간섭 반대와 ‘색깔혁명’ 방지 협력을 강조했다. 색깔혁명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 개혁 운동을 말한다. 양국은 성명에서 “양측은 정치적 안전 수호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정치적 신뢰를 계속 심화시켜 상대국의 주권과 안보, 영토 완전성 등 핵심 이익에 대한 상호 지지를 심화하기로 했다”면서 “외부 세력이 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하고 색깔혁명 방지 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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