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cience ‘스타를 만나다’]⑤ ‘과학계의 동물원장’…한국기계연구원 송성혁 박사
[KBS 대전] [앵커]
대덕특구 출범 50년을 맞아 KBS대전이 마련한 '연중기획' K-사이언스 '스타를 만나다' 순서입니다.
대덕특구 과학자들을 통해 과학의 백년대계를 살펴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세계 최초로 미세 바늘까지 쉽게 잡을 수 있는 '코끼리 코' 로봇 손을 개발한 한국기계연구원 송성혁 박사를 박장훈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납작한 지느러미 같은 다리로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바다거북.
수년 전 한 새내기 과학자는 이 거북을 시작으로 동물에서 영감을 얻어 소프트 로봇을 만들게 되는데요.
[송성혁/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실 책임연구원 : "거북이 다리를 보니까 굉장히 유연하면서도 복잡한 움직임을 만들더라고요. 복합재와 연성 재료를 결합한 이런 구조로 만들어보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후 움켜잡는 로봇 손 '그리퍼'를 연구하게 된 송 박사.
그의 눈에 들어온 2번 타자는 휘어 감는 유연한 다리와 강력한 빨판을 가진 '대왕 문어'였습니다.
[송성혁/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실 책임연구원 : "아... 손이 진짜 안 떨어질 정도로 굉장히 잘 잡고 있는데. 얘는 이제 문어 다리가 한 번 휘어 감고 빨판으로 잡는 것처럼 원리를 이용해서..."]
먹을 갈고 붓을 잡아서 글씨를 쓰는가 하면, 프라이팬에 팬케이크를 굽는 등 식사 준비도 한답니다.
아 그런데... 만능 로봇 손 '대왕 문어'에게도 위기가 닥쳤습니다.
바늘이나 침처럼 얇거나 부드러운 천은 못 잡는 거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은 거죠.
[송성혁/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실 책임연구원 : "솔직히 너무 속이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며칠을 잠을 못 잤어요. 잠을 못 자다가 우연히 TV를 보는데 코끼리 코가 나오는 거예요."]
구원의 3번 타자는 바로 '코끼리 아저씨'였습니다.
[송성혁/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실 책임연구원 : "코끼리 코가 보면 이게 코끝을 오므릴 수도 있고 공기를 빨아들일 수도 있는데... 아! 그래! 저거를 사용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세한 바늘이나 침도 쉽게 잡을 수 있고 성냥불을 켜서 케이크의 초에 옮겨 붙일 만큼 아주 정교함을 자랑합니다.
책상 위에 즐비한 장난감들.
송 박사는 이 기발한 장난감을 갖고 놀며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네요.
하지만 더 큰 보물은 바로 동물 시리즈 책.
[송성혁/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실 책임연구원 : "이게 제가 사실 아이디어를 얻을 때마다 사용하는 보물 창고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제가 연구가 막히면 이렇게 동물에 대한 어린이 책을 보면서 영감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송 박사가 연구원에서 실시한 창의 도전 과제자로 채택되고 최우수 연구자로 뽑힌 것도 이 덕분이랍니다.
요즘은 물방울에서 힌트를 얻어 특이한 바퀴를 만들고 있는 송 박사.
[송성혁/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실 책임연구원 : "장애물을 만나면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을 약하게 해서 이 휠이 말랑하게 됩니다. 그러면 장애물 모양대로 똑같이 바뀌어서 타고 넘어갈 수 있게 되는 거죠."]
때 이른 낮 더위에 벌써 초여름이 찾아온 것 같네요.
50년을 걸어온 대덕특구.
젊은 과학자들이 바라는 대덕의 미래를 송 박사에게 물어봤습니다.
[송성혁/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실 책임연구원 : "연구를 하면서 굉장히 많은 실패들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보통 보면 한 10개 하면 1개 정도 성공할까 말까인 것 같아요. 저 같은 젊은 연구자들이 조금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하고,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용인해줄 수 있는 그런 연구 문화가 조성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앞선 리포트의 주인공과 이야기 좀 더 이어가 보겠습니다.
송성혁 박사 나와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로봇을 '하드 로봇'이라고 한다면, 박사께서 연구하고 개발한 분야를 소위 '소프트 로봇'이라고 부른다고 들었습니다.
'소프트 로봇' 상용화하면 여러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앵커]
어떤 분야에 활용될지 여쭤봐도 될까요?
[앵커]
"실패하더라도 용인해 줄 수 있는 연구문화가 조성되면 좋겠다" 앞선 리포트 끝에 하신 말씀입니다.
이런 요구사항이 사실 과학계에서 지겹게 반복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박장훈 기자 (pj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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