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 한국경제인협회... 간판 바꾸고 위상회복 천명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1961년 출범 당시 명칭인 '한국경제인협회'로 간판을 바꿔 달기로 했다.
전경련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명칭 변경을 비롯해 권력의 부당한 압력 차단, 회장단 확대,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의 전환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내놓았다. 주무관청 협의와 이사회·총회 등을 거쳐 혁신안 관련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은 "과거 국가 주도 성장 시대를 지나 시장과 시민사회 역할이 커진 시대가 됐음에도 전경련이 그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정부와의 관계에 방점을 두고 회장·사무국 중심으로 운영됐던 과거 역할과 관행을 통렬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한때 국내 재계의 맏형 격이었던 전경련은 2016년 불거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위상이 급격히 낮아졌다.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이었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을 기업들에 요청하고, 정부 요구에 따라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들을 지원하는 창구 역할을 한 사실 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중적 이미지가 실추됐을 뿐 아니라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회원사에서 탈퇴하는 등 재계에서도 힘을 잃었다. 직전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사실상 '패싱' 수준으로 소외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그간 구축해 온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기업들의 한일·한미 정상회담 동행을 주관하는 등 전보다는 입지가 다소 회복된 분위기다. 하지만 재계는 향후에도 전경련이 주체가 돼 기금을 출연하는 사례 등이 생기면 선뜻 협조하기가 아직은 불편하다는 반응이 다수다.
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재가입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 직무대행은 다만 "전경련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더욱 단단히 하고 회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기구로 거듭나면 4대 그룹이 당연히 우호적 입장을 취하고 관심을 보일 것"이라며 "실무자들 중심으로는 4대 그룹과 상당한 소통을 하고 있고, 전경련 개혁의 기본 방향 등은 4대 그룹도 다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공개한 혁신안에는 정치권력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내부 윤리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이 포함됐다. 전경련은 △정치·행정권력 등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배격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확산에 진력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대·중소 상생 선도 △혁신주도 경제 및 일자리 창출 선도 등의 내용을 담은 윤리헌장을 제정해 향후 총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정경유착 차단을 위해 윤리경영위원회 설치를 중심으로 한 내부 검토 시스템도 구축한다. 위원회는 일정 금액 이상이 소요되는 대외사업 등이 회원사에 유무형으로 부담을 주는지 심의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위원은 회원사뿐 아니라 각계에서 추천받은 명망가 등으로 구성한다.현재 11개사(그룹)로 구성된 회장단도 포털 등 정보기술(IT)을 비롯한 신산업, 젊은 세대 등 다양한 분야와 계층을 아우르는 기업인들을 새로 영입해 확대할 방침이다. 업종·현안별로 회원사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각종 위원회를 구성한다. 지금까지 사무국이 주도한 각종 현안에 대한 정책 건의 등도 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원사들의 입장을 반영해 진행한다.
의사결정 과정에 회원사들의 의견과 이해관계를 반영할 여지도 넓힌다.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동반상생 등 업종·현안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종전에 사무국이 주도한 각종 현안 관련 정책 건의 등도 위원회 중심으로 진행한다.
전경련은 산하 경제·기업 연구기관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해 조사·연구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등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기업 관련 현안이 발생한 뒤 그에 대응하는 수동적 방식을 넘어 국내 기업에 필요한 전망과 대안을 발굴해 선제적으로 제시하도록 기능을 강화한다. 아울러 국내외 전문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IRA와 같은 글로벌 이슈와 관련해 이들을 활용한 외주 연구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과 소비자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추세를 반영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고 자유시장경제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도 주력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 기업의 사회적 기여 활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식사' 성격인 '갓생한끼'와 같은 행사를 통해 주요 기업인들과 젊은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만들어 시장경제 교육에 나선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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