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서 왜 ‘소금맛’이…국경 접한 남미 두 나라, 가뭄에 신음
염분 섞인 물 공급에 분노
아르헨티나, 농업생산 큰 차질
정치적 불안까지 우려되는 실정
소금물은 싫다! 물을 달라!
지난 15일(현지시간) 저녁, 남미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의 대통령 관저 앞에선 시위가 벌어졌다. 염분이 섞인 강 하류지역 물을 섞은 수돗물이 4월 말부터 수도권에 2주가 넘도록 공급되자 시민들이 대책을 호소하고 나선 것.
이처럼 남미 우루과이에서는 ‘역대급’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국경을 접한 아르헨티나 역시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우루과이·파라과이·아르헨티나·볼리비아 등 남아메리카 남동부 지역의 가뭄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남미 남부 가뭄정보시스템(SISSA·Sistema de Información sobre Sequías para el sur de Sudamérica)’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근 2~4월 우루과이 남서부와 아르헨티나 북동부 국경 지대를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해놓은 SISSA의 가뭄단계에 따르면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몬테비데오와 부에노스아이레스 모두 ‘심한 가뭄(3단계)’ 또는 ‘극심한 가뭄(4단계)’으로 분류돼 있다.
특히 스페인어권 주요 언론인 ‘엘 파이스’에 따르면 산타루치아 강의 수자원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수도권 지역 상수 공급원인 파소 세베리노 저수지 고갈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우루과이 수도공사(OSE)에선 염분 농도가 높은 라플라타강 하구 지역의 물을 섞어 부족량을 채우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우루과이 인구 350만명 중 절반인 170만명에 가까운 수도권 주민들은 음식에 간을 맞추지 않아도 될 만큼 짠맛이 도는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고 엘파이스는 보도했다. 결국 시민들도 물 사재기에 돌입했고, 정치권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라울 몬테로 OSE 사장은 “수돗물 염분 비율은 1ℓ당 350㎎으로, 최대 허용치인 440㎎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의 원성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우루과이 심혈관 명예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우루과이 인구의 약 37%가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그중 3분의 1은 이를 모르고 있다”면서 염분이 함유된 수돗물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도 부랴부랴 긴급조치를 내놓았다. 2세 미만 아동, 임신부, 만성 신부전증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식수·물값 지원을 비롯해 임시 저수지 건설, 자동차 세차 제한 등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다. 알바로 델가도 우루과이 대통령실 비서관은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나라는 74년 만에 최악의 물부족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아르헨티나에서는 긴 가뭄으로 인해 밀·우유 생산이 감소하는 등 농업부문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주에서 낙농에 종사하는 다리엘 델 에르바는 일간지 ‘라나시온’과의 인터뷰에서 “가뭄 때문에 올해 생산량이 20% 감소했다”며 “되레 사료값은 상승해 이대로라면 수지를 못 맞출 것”이라고 걱정했다.
심지어 정치적 불안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페르난두 아다두 브라질 재무장관은 11일 일본 니가타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아르헨티나의 경제적 도전과 심각한 가뭄이 국가의 정치적 운명에 영향을 미치고 극단주의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모두 이른 시일 내 물부족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겨울로 접어들수록 남반구에도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남미대륙 동부지역인 양국엔 ‘남반구 봄철’인 9월 하순부터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
다만, 몬테비데오엔 평년보단 적지만 6월 비 소식이 예고되고 있다. 라울 몬테로 OSE 사장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비가 많이 내리면 4~5일이면 몬테비데오에 1년 동안 물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며 “염분이 섞인 수돗물 공급은 비가 올 동안의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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