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조선의 외교관, 역관
[KBS 부산] 통역관을 뜻하는 역관.
외국어 지식을 바탕으로 외국 사절단에 참여해 실무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던 그들의 길을 따라가는 전시회입니다.
사행길을 기록한 화첩은 사절단의 규모와 행로를 상세히 보여줍니다.
서적과 서화, 골동품들이 거래되는 문화시장이 형성돼 역관이 많이 찾았던 북경의 '유리창' 거리도 볼 수 있습니다.
조선과 일본의 유일한 정상외교 사절인 통신사.
'신의로 통한다'는 뜻의 통신사 행렬도는 사절단 한 명 한 명의 직책까지 상세히 기록해 놓았습니다.
상대국 기밀을 수집하는 정보관 역할도 했던 통신사들은 지도를 입수해 모사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사역원을 두고 역관을 체계적으로 양성한 과정도 기록돼 있습니다.
10살 전후해 생도로 들어가 20살이 넘어 역과에 응시할 정도로 역관 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중국어와 몽골어, 일본어, 여진어 등 네 언어를 배웠는데, 대화체로 된 조선 시대 외국어 교과서가 흥미롭습니다.
[정은우/부산박물관장 : "2030 부산 세계박람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외교가 중요하고, 또 외국어 소통이 중요한 그런 부분들을 많이 알게 되셨을 겁니다. 그래서 '이것이 조선시대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라고 하는 거를 중점적으로 조명하는 그런 전시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홍순언 같은 역관은 중국 법전에 잘못 기록된 태조 이성계의 종계를 시정해 달라고 했던 '종계변무'사건을 200년 만에 풀기도 하고, 임진왜란 때는 명나라 군대를 동원하는 외교력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무역 첨병이기도 했던 역관은 사무역을 통해 큰 부를 이루며 경제 한 축을 담당했고, 투전 노름을 처음으로 조선에 들여온 것도 역관입니다.
중인 신분으로 사대부에 치여 그들의 재능을 크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그들만의 '여항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도화서 화원 유숙이 그린 수계도권에는 여항인들이 시회를 열며 여흥을 즐기는 여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준혁/부산시립박물관 학예사 : "보물뿐만이 아니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라든지 다양한 지정 문화재들을 포함해서 150여 점이 출품되었습니다. 역관이라는 주제로 하나로 묶어서 이 유물들을 함께 보면서 관람객들이 좀 더 다양한 정보나 또 재미나 이런 것들을 조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역관은 해외 문화의 교류 창구 역할도 했습니다.
유네스코 기록문화에 등재된 외교문서 보관소 현판 사이로 들어서면 통신사들이 들여온 유물들도 만납니다.
통신사 파견 때 일본 도쿠가와 막부에서 조선 국왕에게 선물한 이 병풍은 비단에 금박을 입혔으며 그림 위에는 영조가 쓴 답글이 적혀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화장 용기 등이 왕실 옹주 묘에서 자주 발견되고, 일본 자기가 통도사 등 유명 사찰의 사리 보관 그릇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통역관이면서 외교관, 첩보원, 무역상, 예술가 역할까지 했던 조선 시대 역관.
그들의 화려한 행적을 따라 이 억만리 사행길에 동행해 보시기 바랍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C.G:김소연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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