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칼럼] 김남국 사태가 드러낸 민주당 자정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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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전망에 '김남국 사태'는 많은 걸 시사한다.
야당 선전이란 기존의 전망을 한순간에 뒤집어 보도록 한 게 지금 벌어지는 김남국 사태다.
다양한 견해가 있겠지만 민주당 자정 능력은 상실된 게 아닌지 의심된다.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어떤 반성도 혁신도 없다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다시 냉정하게 심판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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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전망에 '김남국 사태’는 많은 걸 시사한다. 야당 선전이란 기존의 전망을 한순간에 뒤집어 보도록 한 게 지금 벌어지는 김남국 사태다. 춤추는 여론의 추이가 아니라 이번 사태에서 확인된 민주당의 실력, 그리고 갈수록 커지는 내파(內破)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견해가 있겠지만 민주당 자정 능력은 상실된 게 아닌지 의심된다. 이번 문제도 처음부터 원칙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많은 내부 혼선과 여론에 기름 붓기를 거듭한 건 예외가 아니었다. 정당의 자정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민주당만의 것도 아니지만 그것이 지루할 정도로 반복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안타깝지만 현재로선 근본적 이유를 지도부의 자기모순적 상황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공격과 방어, 여야의 사안 대처 능력도 이번에 차이가 현격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지금 이대로라면 갈수록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다른 문제를 떠나 여권이 정보와 수사와 관련한 패를 여러 개 쟁여 놓는 건 과거 선거에서도 흔했다. 예상치 못한 제2, 제3의 김남국 사태는 물론이고 이미 노출된 사건들도 재이슈화를 기다리고 있다. 안 그래도 전·현직 당대표가 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마당에 도덕성과 이미지는 완벽한 열세다.
부정하고 싶지만 진보 최대 약점은 이번에도 도덕이었다. 정치를 그만두지 못하고 수천만 원 때문에 자신의 삶을 그만두었던 노회찬은 생전 진짜 진보와 가짜 진보가 경쟁하는 시대라고 했다. 뉴 노멀 시대의 도덕인 양 ‘내돈내투’를 강조하는 정치인을 보면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 ‘우리끼리 사냥하지 말라’는 내부 응원에는 아연할 수밖에 없다.
사실 김남국 사태는 외부 파장 이상으로 내부를 향한 폭발력도 크다. 전반의 쇄신과 혁신이 절박한 민주당에 그 필요성을 높여 놨다고 볼 수 있다. 김 의원의 생뚱맞은 음모론, 물타기도 그렇지만 이를 방관, 방치한 지도부는 상황 악화의 결정적 책임자다. 지도부는 재창당 각오란 말로 비판을 피하고 있지만 반성과 쇄신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친명계는 김 의원을 감싸고 지키려 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보기에 김남국 사태는 조국 사태를 닮았다.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부는 통합이 아닌 진영의 리더로 내려와야 했다.
비판과 개선 요구가 이어지는 데도 들은 체 만 체하는 마이웨이를 정당에서 목격할 일은 아니다. 분열적 리더십, 기득권화된 낡은 면모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이런 야당이라면 여당과 집권 세력의 실정을 막아낼 능력도 자격도 없게 된다. 그래도 정부를 견제할 세력이 현실에서 민주당밖에 없다면 당내에서라도 꿈틀대야 한다. 과거처럼 지도부가 스스로 개혁할 의지가 안 보인다면 '정풍운동'의 낌새라도 있어야 한다. 정치생명을 건 소장파들의 태풍이 결국 당에 선거 승리를, 정권의 재창출 또는 정권 탈환을 가져온 게 정풍의 역사이기도 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의 ‘천신정’이 대통령 면전에서 권노갑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이 그랬고 2003년 당내 세대교체를 이뤄낸 한나라당의 ‘남원정’이 그랬다.
과거 같으면 정풍의 주역일 초·재선들은 야성이 없는 탓인지 문제 제기도 없다. 대신 비례 의원들은 지역구를 발굴하느라, 지역구 의원들은 공천받으려 줄 서기에 바쁜 모습도 목격된다. 지금은 실력자에게 머리 조아리는 사람들로 집 문턱이 닳던 시절이 아니다.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어떤 반성도 혁신도 없다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다시 냉정하게 심판받을 것이다. 언제나 국민은 변화를 거부하고 시대에 뒤처진 정당을 심판했다.
이태규 논설위원실장 tg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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