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사고 싶어 환장”... 라덕연 수법, 이 영화와 비슷하다 [Biz&Cinema]

신현호 경제칼럼니스트 2023. 5. 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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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시세조종을 소재로 2009년 개봉한 영화 '작전'.

대형 주가조작 사건이 벌어졌다. 무허가 투자 자문사를 차린 라덕연 일당이 연예인, 병원장 등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당겨 주가조작 행각을 벌였다. 인위적으로 밀어올린 종목들이 일시에 폭락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시세 조종을 제대로 다룬 영화 ‘작전(2009년 이호재 감독)’과 오버랩된다. 영화와 현실을 함께 반추하면서 교훈을 찾아보자.

첫째, 인위적인 주가 부양의 기본 수단은 ‘통정매매’다. 영화에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의 증권사 엘리트 조민형(배우 김무열)과 검은 머리 외국인 투자자 브라이언 최(김준성)는 주인공 강현수(박용하)에게 통정매매를 폭탄주에 비유한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가격에 짜고 사고 팔면, 주식은 폭탄주가 돌 듯 여전히 자기네 손에 있고 가격만 계속 오른다고 말한다. 이들은 “개미들은 사고 싶어 환장하게 된다”며 낄낄댄다.

라덕연은 “나는 통정매매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사람들끼리 주식이 오가면 금방 발각된다. (우리는) 여기서 이리로 간 게, 여기서 이리로 가고… 이리로 (돌아)오지를 않는다. 내가 그렇게 세팅을 해놨다”고 한 발언이 드러났다. 통정매매를 했지만 들통나지 않게 해놨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런 행각은 1년 넘게 적발되지 않았다. 감독과 수사의 전면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둘째, 주가가 충분히 오르기 전에 대규모 매도가 나오면 조작 세력은 이익을 실현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대주주가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같은 편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멀쩡한 회사의 대주주는 포섭하기 어렵겠지만 껍데기만 남은 회사의 대주주라면 한탕하고 튀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영화에서 대산토건 창업자 2세 박창주(조덕현)는 방탕한 생활로 망하기 일보 직전에 주가조작에 참여한다.

라덕연이 주도한 이번 사건도 영화처럼 내부자 배신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시세 조작 목표 종목이 영화와는 달리 건실한 기업들이다. 면면을 보면 이 기업들의 대주주가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믿기 어렵지만,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이 기업들 일부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해 손실을 피하고 큰 이익을 실현했다. 라덕연은 이들을 몸통으로 지적했고, 당사자들은 우연히 그 시점에 매도한 것일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이처럼 의문이 생긴 대목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건실한 기업의 대주주가 어떤 방식으로든 주가조작에 참여했다면 우리 자본시장 역사에 오점을 남길 사건이 될 수 있다. 반대 경우라면 기업인들이 억울하게 매도당하거나, 해당 기업이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화에서 조민형은 “니들은 맨날 세력한테 당했네 작전에 말렸네 하면서 우는 소리들 하지? 대가리가 달려서 깡통 찼다는 소리는 죽어도 안 해요”라며 개미들을 비웃는다. 건전한 투자자들이 놀림감이 되는 한 금융시장 선진화를 이루기 어렵다. 철저한 수사와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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