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모를 시신 3구 묻어”…5·18 당시 현역병 ‘암매장’ 증언

양창희 2023. 5. 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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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앵커]

5·18 민주화운동의 남은 진상규명 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군인들이 시민을 살해하고 묻었다는 '암매장' 의혹입니다.

최근 전남 해남의 군부대 근처에서 시신 3구가 발견됐는데, 단서를 제공한 당시 현역병의 상세한 증언이 나왔습니다.

5년 전 오늘 KBS가 보도한 또 다른 증언과도 일치합니다.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남 해남군 백야리 예비군 훈련장.

5·18 당시 31사단 장병들이 시신을 암매장했다고 지목한 곳입니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히는 당시 현역병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1980년 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 소속이었던 A씨.

휴가 때 고향을 찾았다 5·18로 교통이 끊겨 귀대하지 못하고 31사단 해남대대에 머물게 됐습니다.

A씨는 신원 조회를 도우라는 지시를 받고 부대 뒷산으로 갔는데 가매장된 시신 3구가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A씨/5·18 당시 현역병/해남 암매장 증언/음성변조 : "잘 돼 있는 봉분이 아니고요. 밋밋한 봉분 그러니까 가매장이라고 볼 수 있는 그런 상황 같았어요."]

하지만 부패가 너무 심해 신원이 확인되지 않자, 다시 천으로 덮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원 조회가 실패하자 그대로 묻었다는 겁니다.

[A씨/5·18 당시 현역병/해남 암매장 증언/음성변조 : "(신원 조회 방식은) 지문 채취인 것 같아요. 부패가 돼서 (신원) 조회가 안 된다고, 다시 덮어라."]

이번 증언은 5.18 당시 해남 군부대에 매장된 시신이 있었다는 또 다른 증언과도 일치합니다.

[김병일/5·18민중항쟁 해남동지회장/2018년 KBS뉴스 인터뷰 : "시신 3구를 매장한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더라고요. 해남에서 그때 군청의 위생담당이 확인해준 거예요."]

1980년 5월 해남에서는 5·18에 호응한 시위가 일어나며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피해 규모는 지금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5·18 진상조사규명위원회는 해남에서 발견된 시신 3구에 대해 DNA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A씨의 증언을 토대로 암매장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화면제공:해남방송

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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