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집 나왔는데..."애들 전학에 남편 도장 필요 막막"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오랜 시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린 여성이 이혼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1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가정주부 A씨가 남편의 가정폭력에서 도망쳐 아이들과 집을 나왔다는 사연을 전했다. A씨는 당장 아이들의 학교를 옮기려면 전입신고를 해야 하는데 남편의 도장이 필수적이라 눈앞이 막막하다고 했다.

A씨는 "남편은 결혼생활 내내 술만 마시면 저한테 욕을 하며 때렸다"며 "남편한테 맞아서 수없이 병원에 입원하면서도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아무리 미워도 애들 아빠를 어떻게 처벌받게 하겠냐?"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의 폭행이 심해졌다"며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때렸고 심지어 울고 있는 아이들에게 욕하고 물건을 집어 던졌다"고 했다.

A씨는 곧바로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도망쳤고 친정 주소지로 전입신고해 당장 아이들을 전학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미성년자의 전입신고 때는 세대주인 아버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 남편은 아이들과 집을 나간 것 자체가 범죄라고 하는 입장이다.

A씨는 "남편이 동의해줄 리가 없다"며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남편 도장만 가지고 있으면 남편 동의 없이도 전입신고를 할 수 있다고 하던데 몰래 도장을 가져올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A씨는 앞으로 친정에서 이혼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연을 들은 김규리 변호사는 "가정폭력은 점차 더 강화돼 피해가 심각해지는 경우가 다수"라며 "그렇기 때문에 가정폭력이 발생할 경우 분명 즉각적인 조처를 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A씨 남편이 주장한 것처럼 A씨가 아이들과 집을 나왔기 때문에 미성년자 약취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부득이 공동거주지를 벗어나 친정집으로 옮겨 아이들에 대한 양육을 계속 한 경우"라고 했다.

이어 전입신고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 아이 전학 문제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답답한 심정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입신고서에 상대방 이름을 쓰고 도장을 임의로 날인하는 행위는 형법상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