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실용적 자세로 중국과 ’기회의 창’ 넓혀야
한국은 주요 취약 품목에 대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29.1%로 글로벌 수준을 상회한다. 따라서 중국 내 공급망이 악화될 경우 한국의 공급망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예컨대 핵심 수입품목으로 관리해야 할 228개 품목 중에서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이 취약한 품목이 133개다. 그 품목 중 중국산 품목은 127개, 일본산 품목은 3개, 미국산 품목은 3개이다.
이처럼 높아진 공급망 충격의 상시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주요 원자재 및 자본재에 대해 수입처 다변화 및 국산화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재고 비축,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 등으로 적시 대응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핵심기술의 국산화, 주요 원자재의 해외자원 개발 등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발 공급망 위협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잉대응해서는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을 분산시키기 위해 공급망 재편을 기획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발 위협을 주요 동기로 삼아 과잉대응을 할 경우 더 큰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 산업에 있어서 중국 시장의 중요도를 고려할 때 지정학적 판단에 의해서만 기업이 중국을 떠나도록 하는 조치는 많은 비용을 초래하고 관계 악화로 우리 경제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의 아웃소싱을 억제하는 정책은 무역전쟁 관세의 제한된 효과에서 알 수 있듯이 어렵고 장기적이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글로벌 가치사슬로 인해 양자 간 조치의 효과와 상대 가격과 무역 성과 사이의 연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특히 핵심 물자 관련 중국발 공급망 취약성으로 중국과의 수출입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중국의 비교우위 하락(노동력 감소와 노동세 및 환경세 등)과 공급망 리스크의 대두를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중국을 떠나고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정책 지원과 과잉대응은 재정 누수로 이어질 뿐이다.
한국은 중국과 연결된 공급망 취약성에 대한 해법으로 기간별·단계별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정부와 기업은 국내 소싱이 어려운 핵심 품목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단일 소싱 품목은 잠재적 리스크인데, 단일 공급원에 의존하는 경우 국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핵심 품목에 대한 비축량을 늘리며 비상전환 계획을 구축해야 한다.
중기적으론 한국도 중국의 취약성을 공략할 수 있는 무역 압력 및 무역 인센티브를 활용할 정책 복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국제무역 규범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WTO 개혁과 특혜무역협정 등을 활용하여 한국과 세계가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는 제도적 능력을 높여야 한다.
장기적으론 혁신 우위와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중국의 과학기술 능력과 발전에 대해 열린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기술 유출을 방지할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 발전을 우리의 혁신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에 대한 공급망 재편은 장기적 과제이기 때문에 경제안보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친중과 반중의 프레임 속에서 공급망 정책을 수립하면 역효과가 크다. 때문에 공급망 재편에 대한 한국의 전략은 배타성이 드러나지 않는 워딩과 레토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전략과 정책이 한국의 경제안보와 번영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상대의 국익을 해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외교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레토릭을 중국 전체의 필요로 오판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중국 내 청중들로부터 정치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강경한 발언과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실제 자국의 경제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중국 기업의 필요를 억제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한국의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의 개방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회의 창을 열어놓는 것이 필요하다. 원문=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1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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