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경제
1997년 IMF 외환위기는 한국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이다. 당시 금리와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수많은 기업이 도산해 한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외환위기는 대부분의 국민에게 경제적고통을 주었지만, 특히 저소득계층과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층에 가장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지금의 40~50대가 외환위기 당시 20~30대로 외환위기를 초래한 당시 보수정권에 대한 반감을 아직도 갖고 있다.
외환위기는 우리국민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었지만 경제체질을 선진화시키는 계기도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국가 모두 부채관리와 외환 확보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기업재무구조와 국가재정 건전성이 크게 개선되고 무역수지흑자로 외환보유고도 세계 10위권 이내로 확충됐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을 강타했지만, 강화된 경제체질과 위기대응 능력으로 큰 충격없이 극복할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가계·기업·국가 모두 구조개혁과 부채관리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10여년간 국가 전반에 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 정부 5년간 방만한 재정운영과 코로나19로 인한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으로 가계부채와 국가부채가 급증해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 악화도 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국이기주의 강화로 인한 세계화의 붕괴와 미국과 중국간 대결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분열은 그동안 세계화와 글로벌 분업체제에 편승해 수출로 성장해온 우리에게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은행발 금융위기도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길한 징조다.
특히, 모바일뱅킹 보급확산은 과거와 달리 위험관리에 소홀할 경우 순식간에 뱅크런을 초래해 금융시장을 불안에 빠트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내적으로도 수출과 내수경기 둔화로 한국은 올해 성장율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낮은 1%대 중반에 머물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경기 둔화 등 우리수출의 주력 품목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내수시장도 금리인상으로 인한 소비여력 축소와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가격 하락으로 침체를 보이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초저출산율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성장잠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점이다. 이처럼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요인이 갈수록 악화되고 위기경고음이 계속 울리는데도 위기대응을 위한 정부의 노력들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야당의 견제와 여야간의 격렬한 대치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향후 2~3년이 매우 중요한(critical) 시기다. 향후 2~3년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극심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겪게되는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몇가지 점에서 지금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위험에 노출된 취약한 시기다. 첫째, 가계 기업 국가부채 모두 역사적으로 가장 위험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가계부채는 GDP 대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고 국가부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해 지난 정부 기간 중 국가부채가 500조나 늘어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35%에서 49%로 급상승했다. 올 들어 성장둔화에 따른 세수 감소가 확대돼 재정수지 적자폭이 크게 늘어날 전망인 바, 정부지출 축소 등 특단의 재정개혁 조치가 없을 경우 국가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부채도 코로나19 요인 등으로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급증하였는 바, 대출만기연장 종료 시 금융부실 급증으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흑자구조를 보여온 무역수지가 지난해 큰 폭의 적자로 전환되고 난 후 올해에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없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비기축통화국의 경우 경상수지는 환율등 대외건전성에 직결된다. 따라서 경상수지 관리가 외환위기 예방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대중국 무역수지 역조 전환, 에너지 등 원자재가격 상승 , 외국인 투자감소 등 경상수지관리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셋째,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증대로 최근 연체율이 증대하고 있고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침체도 금융부실 증대 요인으로 작용하고있다. 특히 지난 몇년간 급등한 집값과 전셋값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담보비율이 취약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부실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부동산PF 대출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의 부실 증대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발 뱅크론 사태로 금융시장이 살어음판처럼 극도로 민감해져 있어 조그만 위험신호에도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경제는 대내외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기인 만큼 지금부터 우리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 뇌관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작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선, 재정건전성이 더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건정재정운용준칙을 하루 빨리 법제화하고 재정개혁과 연금개혁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와 자영업부채가 부실화돼 금융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부채구조조정(pre workout)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지 않도록 혁신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망 수출 분야를 발굴 육성하고 외자유치를 위해 각종 규제완화와 조세, 노동 분야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
앞으로 2~3년 내에 시급한 구조개혁과 위기대응책으로 위험요인을 제거하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는 수년 내 1997년 외환위기 못지않는 경제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 그때도 외환위기 때와 같은 국민적 단합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정치권의 대오각성과 국민들의 위기인식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틈으로 철사 `쑤욱` 들어와 문고리 `철컥`… 女 주인 "소름 돋아"
- 미혼 여직원 사진·나이 `깨알 리스트` 만든 성남시 공무원 2심도 실형 구형
- 30대 女 황당 사연 “2년 사귄 남친에 ‘결혼하자’ 했는데 ‘상간녀’ 소장이…”
- "너를 짝사랑, 원장에게 말하지마"…초등생 성추행한 60대 통학차 기사
- 개 짖는 소리 왜 안 들리나 했더니…농장주가 직접 성대 없앴다
- 바이든, 우크라에 美미사일 사용 제한 풀었다…北에 경고 메시지
-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바빠진 비명계… 12월 1일 김부겸 초청 특강
- 유상임 장관 "장관직 걸고 건강한 기술사업화 생태계 만들 것"… "트럼프 2기와 빨리 만나야"
- 20대 5명 중 2명 "비혼출산 가능"… 결혼·출산관 바뀌는 청년
- 내년 `APEC CEO 서밋 의장` 최태원 "에너지 사업서 미래 해결 지식 얻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