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 `5·18 헌법 수록` 개헌 주장, 국민적 총의가 먼저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열린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에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공식 제안했다. 이재명 대표는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5·18 정신 헌법 전문(前文) 수록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내년 4월 총선에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며 이슈 선점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일단 입장을 유보했다. 기념식에 앞서 광주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연 김기현 대표는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고 우리 당의 입장이기도 해 그 뜻을 잘 실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을 잘 찾아나가겠다"고만 말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논의가 시작된 지 37년에 이른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헌법 개정 당시 야당의 초안엔 5·18 민주화운동을 계승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었지만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면서 빠졌다.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도 헌법 수록을 시도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보수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찬성 입장을 내놓으면서 수록 전망이 밝아졌다. 이렇게 윤 대통령도 공약한 내용이니만큼 여야 간 큰 논란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여건과 시기다. 헌법 전문 수록은 결국은 개헌 사항이다. 개헌은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헌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한 것은 그만큼 개헌 절차에서 국민적 합의를 중시한 까닭일 것이다. 따라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야 한다. 의석수만 믿고 밀어붙여선 안 된다. 이번 개헌 카드가 국면 전환용이라고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하다간 온 나라가 개헌 공방으로 시끄러워질 수 있다. 정국이 더욱 혼미해지고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경제가 한층 악화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갈등만 늘어나는 것이다. 2019년 말 강행 처리된 선거법 개정안의 후유증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이를 보면 반드시 국민들의 총의를 모아야할 사안이다. 국민적 총의가 먼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