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人문화] 뮤지컬 산업화에 20년 헌신… "국내 최대 전용극장 시작에 불과하죠"
형 도윤씨와 함께 연 부산 공연장 연간 방문객 20만명
지역경제에 기여… "산업화 여전히 험난, 육성책 절실"
설도권 클립서비스·드림씨어터 대표
"공연 제작·유통의 핵심 정점인 공연장까지 갖췄지만 산업화 과정은 여전히 험난해요. 시장이 커지면서 미래 성장성 있는 산업임을 보여준 만큼 육성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정 장르가 산업으로 자리잡기까지 누군가는 끊임없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영화·대중음악과 함께 현재 대중문화로 향유되고 있는 뮤지컬의 산업화에는 '설씨 형제'의 고군분투가 있었다.
설도권(60·사진) 클립서비스·드림씨어터 대표와 그의 형 설도윤 프로듀서는 1995년 삼성영상사업단 공연제작사 T&S컴퍼니를 시작으로 뮤지컬을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왔다. 당시 설 프로듀서가 T&S컴퍼니의 대표를 맡고, 설 대표는 기획실장으로서 마케팅 총괄을 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제작해보자고 뜻을 모아 1996년 5월 호암아트홀 무대에 '브로드웨이 42번가'를 올렸다. 한국과 미국 브로드웨이 제작진·스태프가 처음으로 공동 제작한 한미 합작으로, 7만여명의 관객이 관람하며 화제를 모았다.
설 대표는 그때의 기획·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뮤지컬의 미래 시장을 그려보고 고민 끝에 2000년 3월 국내 최초 공연전문 마케팅사인 클립서비스를 창립했다. 산업화의 첫 단계에 우선순위인 유통과 서비스를 다져놓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이었다.
현재 클립서비스는 예매사이트 운영과 공동 프로듀싱, 공연 세일즈 매니지먼트, 공연장 운영 등 공연 산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매니지먼트를 모두 하고 있다. 눈에 띄는 가장 큰 성과는 2019년 4월 부산에 국내 최대 뮤지컬 전용극장인 드림씨어터를 개관한 것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클립서비스 사옥에서 만난 설 대표는 민간이 공연장을 짓고 운영하기까지 고난과 고충이 많다며 힘들었던 그간의 여정을 풀어냈다. 그는 "뮤지컬 유통의 핵심은 서비스 공간인 공연장인데, 상업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운을 뗐다.
"형인 설도윤 씨가 한국의 공연시장에 공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전도사처럼 알리고 다녔어요. 서울은 공연장을 지을 만한 땅이 없고,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취약한 국내 제2의 도시 부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죠. 공연시장을 키우려면 서울과 함께 부산이 필요한데 시의 투자는 전무했어요."
결국 부산의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2단계 사업으로 공연장이 들어서게 됐지만 비용 부담은 모두 회사가 짊어져야 했다. 공연장 대출 사례가 없어 4대 시중은행 어디도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설 대표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공연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까지 낙후됐다는 사실에 저희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서울시의 경우 공연장에 대한 재산세 감면 조례 사항이 있지만, 부산은 공연장이 판매시설 안에 있다는 이유로 판매시설과 똑같은 조건으로 재산세를 부과한다"며 "민간 공연장이 부산에 몇개 없으니까 조세를 감면해주면 특혜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드림씨어터의 연간 유치 관객수가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관광 차원에서도 큰 기여를 했어요. 공연을 보러 오신 분들의 40%가 타지 사람이거든요. 그들은 공연 관람뿐 아니라 부산에서 밥도 먹고 관광도 해요. 이제 해외에서는 한국 공연시장을 서울·부산으로 바라봐요. 4년간 이 정도의 성과를 확인했다면 특례 조항이라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설 대표는 "문화 산업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하긴 어렵다"며 "미래의 공연장을 공연장법에 가두지 말고 큰 그림으로 주도해 창조적 집단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고객 서비스를 하고 있는 문화집단 중 하나지만 자생할 순 없다"며 "이제는 일시적 지원이 아닌 산업 육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뿐 아니라 일본과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뮤지컬 관람 세대가 다양해지고 있다. 설 대표는 한국 뮤지컬 수요자의 연령층을 넓히기 위해 '1565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15세 이하의 유소년들과 65세 이상의 시니어층에게 50% 티켓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현재 드림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학생들이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도록 낮 공연을 추가하고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이 취지에 배우·스태프 모두 동참했다.
"뮤지컬 관람 관객의 연령대가 넓어진다는 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메세나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속하는 거고요. 육성책을 주장하는 이유나 명분은 충분합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시장 관점에서 바라보고, 낙수효과나 역할론을 병행해 하나씩 가볼 계획이에요."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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